"야야 벌초 오지마라, 이번에는 맡겨뿌자. 야들아 우리는 괜찮다. 니들 건강이나 챙겨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민족 대이동도 멈춰 세울까.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는 코로나19가 잡힐듯 잡히지 않으면서 올해 한가위 모습도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정부의 이동 자제명령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는 귀성·역귀성을 자제하는 호소문이 쏟아지고 있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들도 귀성 자제에 팔을 걷어 붙였다.코로나19 무증상 감염사례, 동선 불명 확진 사례가 지속하면서 귀성행렬로 전국적인 대확산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출향인에게 서한문을 발송해 이번 추석에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한다. 앞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15일 '2020년 추석을 맞아 도민과 향우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내고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추석 승차권 예매율은 52.6%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전체 공급좌석 50만석 중 26만석이 팔렸는데 지난해 47만 석이 팔린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것.



◆ 구수한 사투리 "코로나로 얼어붙은 자식들, 마음이라도 풀리게"
추석을 앞둔 이 맘 때 쯤, 전국 지자체에는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지만 올해는 귀성·역귀성을 자제하자는 문구로 가득했다. 경상도와 전라도 등 각 지역의 사투리로 표현한 귀성 자제 현수막이 알려지며 '정겹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최근 추석을 앞둔 전남 보성군에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전남 완도군은 서울에 '애들아 이번 벌초는 아부지가 한다.너희는 오지말고 편히 쉬어라잉~ '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남 함양군도 "아들아! 명절에 안 와도 된다. 며늘아! 선물은택배로 부쳐라" 현수막이 내걸었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일동이 내건 펼침막에는 고향 방문을 두고 아들보다 깊은 고민에 빠질 며느리를 향한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엿보였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충남 청양군은 추석명절 기간 코로나(감염) 제로의 의지가 돋 보인다. 이 밖에도 '올 추석 효도는 내년 추석에 두배로 받을게', "며늘아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 등 재치만점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예 거리로 나가 방문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연 어른들도 있었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 주민들은 전주완주 혁신도시 한 아파트 인근에서 '며늘아 명절에는 안 와도 된다', '명절은 집에서 보내자, 영상통화 OK'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정겨운 사투리는 지자체가 보내는 문자메시지와 운영하는 SNS 등에서도 드러난다. 경상북도청은 공식 페이스북에 '#올해보다오래' 해시태그로 고향 방문 자제·벌초대행서비스를 홍보했다.
경남 진주시는 "부모님이 "야야 고향에 오지 말고 집에서 지내거라'라고 먼저 전화해 주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냅시다"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제주 서귀포시 역시 "삼춘! 이번 벌초 때는 내려오지 맙써!", "걱정말고 마스크 잘 쓰고 다닙써! 그래야 하루빨리 혼디('함께'를 뜻하는 제주 방언) 모이지 마씸~"이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해당 현수막 사진이 퍼지면서 "걱정하는 부모님 말투가 떠올라 정겹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목포에 사는 부모님을 매년 추석 때 서울로 모셨는데 전화로 '올해는 안 갈 테니 너희도 오지 마라'고 하시더라"며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코로나19 핑계를 대는 것만 같아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는 시댁이 코 앞이라 비대면 추석을 보낼 수 가 없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세자리 수를 넘는데 당연히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부모님들도 이런걸 섭섭해 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대면으로도 가족에게 마음 전합니다
고향 방문 자제가 권장되는 가운데 자녀들에게 보내는 언택트 안부 등 기발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은 지난 16일 지역 내 홀몸노인들의 안부 영상을 찍어 객지에 있는 자녀들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의성군은 14일부터 생활지원사 120명이 홀몸노인 1천873명을 찾아가 객지에 있는 자녀에게 보낼 '안전한 집에서 보내기' 영상촬영을 시작했다
영상에는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오지말고 집에서 쉬거라"와 같은 부모의 생생한 목소리도 함께 담긴다. 의성군은 안부 영상이 홀몸노인들의 고독을 해소하고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이 어려운 자녀와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벌초와 성묘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언택트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전국 산림조합과 지역 농협 장례지원단에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벌초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규모 인파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추모공원도 올해는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경북 구미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시 운영 추모공원 출입을 임시 폐쇄한다. 대구 시립공원묘지, 공설봉안당은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1일 참배 인원을 1천명 이내, 참배 시간을 20분으로 제한하는 한편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성묘는 장사시설에서 고인의 사진과 봉안함을 찍어 온라인 차례상에 올리고, 가족들은 추석 온라인 차례상에 헌화, 분향, 추모글, 사진첩 등을 꾸밀 수 있다.묘지를 직접 찾지 않아도 돼 코로나19 속 비대면 성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대구·경북 주민 5명 중 4명이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성'
대구·경북 주민 5명중 4명은 추석 연휴 이동제한에 대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TBS 의뢰로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가확산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동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대구·경북은 84.0%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평균치는 찬성이 71.3%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동제한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18.9%로 집계됐다. '잘 모름'은 9.8%였다.
모든 지역에서 추석 연휴 이동제한 '찬성'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구경북에 이어 경기·인천(찬성 75.3%, 반대 15.8%)과 서울(찬성 69.7%, 반대 19.6%), 광주·전라(찬성 69.0%, 반대 26.7%), 부산·울산·경남(찬성 67.9%, 반대 22.1%), 대전·세종·충청(찬성 66.1%, 반대 15.8%) 순이었다.
직장인 역시 10명 중 3명은 추석 연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연휴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중 30.8%(응답률)의 응답자가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집콕)'이라 답했다.
귀향을 해도 부모님만 보는 등 대면접촉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힌 직장인이 28.8%로 뒤를 이었다. 직장인 사이에서도 결혼유무에 따라 응답률 차이가 컸다. 기혼직장인 중에는 '부모님 댁만 다녀올 것'이라는 응답자가 41.5%로 가장 많았으나, 미혼직장인 중에는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33.6%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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