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 출범과 함께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한다. 구체적인 통합 방향과 지역민의 동의를 얻는 공론화 과정이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가 17일 매일신문 지면 대담을 통해 앞으로 공론위의 역할과 과제, 운영 방향 등을 상세히 밝혔다.
◆공통질문
-'행정통합'이 왜 필요한가?
▶김 교수=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의 블랙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다. 사람과 돈 등 지방의 자원과 기회가 수도권으로 빨려든다. 수도권 인구가 절반이 넘는 등 지방은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이다.
초광역권을 형성해 지역의 혁신역량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합을 통해 동원 가용한 자원의 폭을 넓히면서, 이를 더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 규모와 효율성을 통해 지역이 가진 역량을 끌어올림으로써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 교수=지역소멸, 수도권 블랙홀 등 이슈에 대응하려면 지역이 따로 해서는 어렵고 힘을 합쳐야 효과적이다. 앞으로 세계화가 심화되면 대도시 등 지방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주도한다고 본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이 그런 여건을 가꿔 국가 경쟁력을 주도하는 시발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의 재원은 부족하고 행정수요는 늘어난다. 제프리 웨스트가 쓴 책 '스케일'을 보면 전세계 도시를 연구해보니 인구가 2배 증가함에 따라 SOC 등 비용은 15% 줄어든다고 한다. 또 소득, 특허 건수, 혁신 건수 등 편익은 2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재원의 효과적 사용을 고려하면 대구경북이 합치는 것이 이점이 많다.
-공론위의 역할과 과제는?
▶김 교수=행정통합 과정에서 공론을 관리하는 것이다. 통합의 최종 결정은 주민투표를 통해 시·도민들이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보의 습득과 학습, 토론, 평가, 판단 등 일련의 과정에서 시·도민이 주체적으로 판단·결정하도록 도울 것이다. 통합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도민 스스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 교수=공론위는 당연히 공론 형성에 역점을 둘 것이다. 찬반 의견, 긍·부정적,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이후 형성된 의견을 공론이라고 한다.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게 공론위의 역할이다. 세미나, 설명회 등 프로그램을 공정히 설계해 시·도민이 가감 없이, 왜곡 없이 행정통합 관련 정보를 전달 받도록 하겠다. 올바른 공론 형성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시·도민의 공감대를 얻을 방법은?
▶김 교수=자료와 정보는 물론 각종 쟁점을 정리해 가감 없이 시·도민에게 알릴 것이다. 이를 통해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통합의 방향과 의미는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 수 있게끔 한다. 무조건 행정구역을 합친다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지방정부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겠다. 언론을 통한 정보전달을 비롯해 토론회 등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숙의 과정도 거칠 것이다.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결정권자인 지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하 교수=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찬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하겠다. 난상토론 뒤 시·도민이 유튜브, 언론 등을 통해 접하도록 해 행정통합에 대한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실시간 질의응답으로 전문가들이 답변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통합을 '하는 게 맞겠다', '아니다' 등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공동위원장으로서 각오와 포부는?
▶김 교수=시민, 신뢰, 미래 등 세 가지 원칙을 갖고 공론화위를 진행하겠다. 시민은 결정의 주체가 시·도민이란 점을 분명히 한다는 의미고, 특히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시·도민의 민주적 역량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신뢰다. 공론화위와 시·도민 사이는 물론 대구시민과 경북도민 간에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서로의 주장을 존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는 통합 결정의 기준을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뜻이다. 지금의 손익이 아닌 후손을 위한 결정을 하자는 것이다.
▶하 교수=공론화위 역할, 기능은 정해져 있다. 행정통합에 대한 평소의 신념, 지론과 관계 없이 시·도민이 공정하고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받도록 해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돕겠다. 각종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이유는 단체장이 정치적으로 추진, 주민 의견 수렴이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타 지역과 달리 군 공항 이전이라는 대형 성과를 냈다. 이 경험이 행정통합으로 가는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론을 만드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
◆개별질문
-통합 이후 대구시의 위상과 역할은?
▶김 교수=우선 현재 가칭으로 쓰이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라는 표현은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명칭은 정해질 것이다. 현재 상황에선 '특별자치'에 방점을 두고 '대구경북특별자치정부'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250만명의 인구가 밀집한 대구시의 위상을 현재보다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구시는 현재 수준의 위상을 유지하며, 대구경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유기적인 통합을 이뤄야 한다. 일정한 결정권을 가지면서 행정 분리로 인한 비효율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구 기초지자체와 기초의회의 기능은?
▶김 교수=통합 이후 대구시의 지위에 따라 기초지자체의 기능이 달라질 것이다. 지도체제 형식은 특별자치정부의 구조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온다. 무엇이 시·도민의 뜻을 잘 반영하는지를 기준으로 논의 과정에서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여서 시간을 갖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시·도민이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차근차근 따박따박 정리해갈 것이다.
-도청신도시의 위상 약화?
▶하 교수=큰 그림을 봐야 한다. 대구 입장만 보면 광역시가 특례시로 지위가 낮아진다고 우려할 수 있다. 경북에서도 도청 소재지를 고수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행정통합이라는 얘기를 애초 꺼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명칭을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아니라 대구경북특별자치시로 하며 대구 입장을 반영한 뒤 청사가 새롭게 잘 지어져 있는 안동을 청사 소재지로 하는 빅딜을 할 수도 있다. 통합이라는 큰 틀에 진정성이 있다면 토론·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묘안을 찾을 수 있다.
-왜 지금 '행정통합'인가?
▶하 교수=통합으로 가는 길은 세 개의 관문이 있다. 첫 번째는 양 단체장의 합의다. 한 쪽이 안 하자고 하면 문이 안 열린다. 두 번째 문은 주민투표다. 공론을 조성해 주민이 정확히 알고 투표해야 한다. 세 번째 문은 국회 특별법 제정이다.
첫 문이 열린 상태에서야 두세 번째 문을 연다. 권영진 시장, 이철우 도지사가 첫 문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이 열려 있는데 다음에 천천히 해보자고 하면 행정통합으로 가는 문이 언제 또 열릴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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