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희망일자리가 취약계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근무시간 쪼개기 등 무리하게 일자리 수를 늘리면서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극복 대구형 희망일자리'는 대구시가 모두 1천120억원(국비 1천8억·시비 112억)을 투입해 만든 공공 일자리 사업이다. 115개의 공공부문에서 취업 취약계층 1만6천685명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 중도·사전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15일 기준 중도포기자와 업무에 배치된 뒤 곧바로 포기 의사를 밝힌 사전포기자만 3천500명에 이른다. 전체 고용인원의 약 20%가 한 달 만에 일을 관둔 것이다.
구군별로는 달서구 843명, 수성구 702명, 북구 510명, 동구 370명, 달성군 338명, 서구 275명, 남구 244명, 중구 157명 순이었다.
대구시와 각 구군은 중도·사전포기자가 생길 때마다 인력을 상시 충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부분이 인원을 전부 충원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낮은 급여가 꼽힌다. 근무시간 쪼개기로 무리하게 사업의 규모를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는 지적이다. 희망일자리를 분석해본 결과 하루 8시간 근무하면서 월 18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950명, 전체의 5.7%에 불과하다. 하루 5시간 미만의 일자리에 8천200명 이상 배정돼 전체의 50% 가량을 차지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구청 관계자는 "최저시급(8천590원)만 주다 보니 근무시간이 적을 경우 월급이 60만원 수준밖에 안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정부의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좋겠지만, 급여가 높은 8시간짜리 일자리를 최소화하고 급여가 낮은 일자리 수를 늘리라는 행안부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실패한 정부의 기획경제에 대한 좋은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 회장)는 "정부가 근로시간을 쪼개서 만든 것은 일자리 창출 수치만 높일 뿐 결국 아무도 쓸 수 없는 일자리였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정부는 시장의 기능을 돕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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