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배반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여포다. 여포는 전투력을 따져도 장비며 조운이며 관우를 제치고 삼국지 으뜸이기도 하다.
여포의 배신력은 장비가 반동탁연합군의 동탁 토벌전 중 호로관에서 여포를 만났을때 던진 욕 한마디로 요약된다.
"세 성 가진 종놈".
여포는 일단 여(呂)씨다. 그런데 양부(양아버지)로 정원을 섬겼다. 그러니 정(丁)씨. 그러다 정원을 배신하고 동탁을 섬겼으니 동(董)씨도 포함하면 성이 3개인 셈이고, 이걸 갈아치운 행적을 보니 여포를 '님'이라기보다는 '놈', 그것도 '종놈'으로 부를만하다는 얘기다.
장비의 말은 과거에 대한 평가를 넘어 미래에 대한 예언도 됐다. 이후 여포가 왕윤의 미인계에 걸려든 것이다.
왕윤이 시비(시중을 드는 여자 종)인 초선을 여포에게 첩으로 준다고 약속한 후, 실제로는 동탁의 첩으로 보내면서, 여포와 동탁 사이는 틀어졌다. 결국 여포는 양아버지 동탁을 죽인다.
이후 여포는 조조의 뒤를 쳤다가 패배해 서주로 달아나 유비에게 의탁했으나 또한 유비의 뒤를 쳐 서주를 차지한다. 이어 당시엔 딱히 라이벌 관계가 아니었던 유비와 조조 연합군에 패배해 목숨을 잃는다.
▶민주당(그러니까 말 그대로 민주당 계열,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에서 배반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그다. 의원이었다가 장관이 된 그가 요즘 국회에서 주로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문 공격을 받을 때의 전투력을 따져도 현 정부 으뜸이다.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이따금 치는 '호통'을 언론에서 조명한 바 있다.
그의 배신력은 2004년 참여정부 당시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반대하다가 본회의 때 이를 뒤집고 탄핵에 찬성한 일화로 전해진다.
결국 탄핵소추 및 심판이 기각되면서 그는 한나라당과 손잡고 대통령을 내쫓으려 한 배반의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어 그가 또 다시 배신의 맥락에 놓일 지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 자의는 결코 아니더라도 의도치 않게 말이다. 최근 불거진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논란 때문에 대통령 및 여당 지지율이 꽤 빠져서다. 정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됐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 어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그가 위기를 만든 '덕분에' 지지층이 결집해 지지도가 반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국지의 여포는 과거와 미래가 같은 맥락에 놓였으나, 그의 과거가 그랬다고 미래도 그럴 것이라 예단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제 정권은 곧 막바지라는 점이다. 지금 그가 자리한 전장은, 예컨대 여포가 승승장구하던 호로관일까? 또는 여포가 최후를 맞은 서주일까? 둘 중 어디와 좀 더 닮았을까?
PS. 그와 여포는 싸우는 스타일도 참 닮았다. 그는 검찰총장과 싸우면서 흡사 바둑의 다면기(多面棋)처럼 야당 의원들도 돌아가며 상대하고 있다. 여포가 방천화극을 들고 적토마를 타고 호로관에서 유관장 삼형제(유비, 관우, 장비)와 대등하게 겨루던 모습이 연상된다. 또한 조조가 뒤통수를 맞았을 때에도 허저, 전위, 하후돈, 하후연, 악진, 이전 등 수하 장수 여럿을 보내 겨우 여포를 물러나게 한 일도 있어 비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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