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친문에만 편법 월급, 또 무너진 평등·공정·정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등 친문(親文) 인사들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을 맡으면서 편법으로 매월 수백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문 정권의 또 다른 '내 편 챙기기'이자 국고 낭비란 비판이 일고 있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문 정부의 국정 철학이 허물어지는 일이 속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는 비상임인 위원장에게 정액을 매월 고정급으로 지급할 수 없는데도 송재호 위원장에게 지난해 1월부터 1년여 간 월 400만원씩 5천200만원을 지급했다. 송 위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자문기구인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일자리위원회도 부위원장이 비상임인데도 이용섭 부위원장에게 2017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월 628만원씩 5천513만여원을 지급했다. 이 부위원장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았다. 일자리위원회는 이목희 부위원장에게도 2018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641만원씩 1억4천99만원을 줬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장·부위원장을 맡은 친문 인사들에게 매월 보수를 준 것은 편법이자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다. 법에 의하면 균발위는 비상임위원장에게 전문가 자문료를 월급처럼 고정급으로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균발위는 올해 3월 위원장에 취임한 인사에겐 전문가 자문료를 지급한 적이 없다.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자료 수집이나 현지 조사 등을 했을 경우에만 국가업무 조력자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사례금을 정기적인 월급처럼 받는 것은 불가하다. 일자리위원회는 올 2월 부위원장이 된 인사에겐 국가업무 조력자 사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반성은커녕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와대 태도에서 갈수록 오만해지는 정권의 민낯을 볼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에 대한 감사처럼 감사원은 정권의 실정·비리에 대해 엄정하게 감사해야 한다.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감사원 원훈(院訓)을 실현하는 데 심혈을 쏟아야 한다. 조만간 발표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여부 감사에서도 감사원의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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