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추석이 코앞인데 택배 파업 대란 우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택배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유 업무가 아닌 택배 분류작업을 보상도 없이 맡아온 업계 관행을 이제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내 전체 택배노동자의 10%인 4천명이 동참한다고 하니 주말 사이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석 연휴 택배 대란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이 집단행동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장시간 과로의 핵심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 급증으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택배기사들이 하루 근무시간(13~16시간) 가운데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분류작업은 택배기사 고유 업무가 아닌데도 택배회사가 전담 인력을 충원하지않아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에 내몰린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고유업무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8년 전 국내에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관행적으로 맡아온 상황에서 팬데믹 사태로 택배 물량이 폭증하면서 택배기사들의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배송 건당 수수료가 택배기사들의 수입을 결정하는 국내 택배업계 구조상 일찌감치 예견된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과 관계없이 택배기사들이 살인적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몇년새 택배 물량이 30% 이상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택배기사 증가율은 연평균 5.6%에 그쳤다. 한달 평균 택배 물량이 3억건에 육박하면서 택배기사들은 월 평균 5천165건, 하루 평균 255건의 택배를 처리하고 있다. '번아웃'에 몰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올 상반기만 7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숨졌다.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에서 손을 떼면 배송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추석때 귀향하지 않고 선물을 보내는 가정도 많아 여느해보다 택배 폭주가 예상된다. 정부가 긴급 인력 1만명을 투입해 추석 배송 대란을 막겠다고 하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일단은 정부와 업계, 택배노동자들이 협의를 통해 집단행동을 벌이지 않는 게 급선무다. 일단 한 고비 넘겨놓고, 분류작업에 대한 법률적 명시와 택배기사 근로조건 개선 등 구조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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