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생활형 근현대사 전시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18일 경북 성주군에서 만난 수집가 유영훈(55) 씨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역사 공부를,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이들의 소통 공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시관을 계획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씨는 20여 년 전 산에서 약초를 캐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소주병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네 인생과 같이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산을 다니며 버려진 소주 빈 병을 여러 개 수집했는데, 그때 소주를 보며 고급스러운 술이 우리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친구이자 그날의 역사를 함께 한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며 "수집을 하다 보니 술잔, 담배, 성냥, 양초, 재떨이 등 다양한 제품들까지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 함양, 합천, 경북 김천 등 전국을 다니며 빈 소주병과 따지도 않은 소주 등을 수집해왔다. 유 씨는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로 함양에 갔더니 일흔이 넘은 어르신이 운영하는 점방이 있었다"며 "이곳에서 따지 않은 금복주 대(大)병을 발견한 뒤 수차례에 걸쳐 방문해 겨우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복주는 지역의 소주인만큼 나에겐 더욱 의미가 있는 제품이다 보니 감사한 마음으로 가끔 어르신을 찾아뵙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복주뿐만 아니라 무학소주, 대선 소주, 진로 등 전국의 다양한 소주들도 수집하고 있다. 또 양주, 고량주 병도 모으고 있다. 그가 현재까지 수집한 술병만 1만여 점이 넘는다. 그는 "술병을 모으다 보니 관련된 제품들도 함께 모으고 있다"며 "김천의 한 양조장에서 나무 말통을 구했는데 이것은 과거 지게를 지고 다니며 막걸리를 팔던 장수들이 사용하던 것"이라며 "나무제품부터 플라스틱까지 막걸리 배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대별로 모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애주가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소주병를 수집하다 보니 누구보다 소주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다. 유 씨는 "1960~70년대 소주병 상표에는 학, 거북이, 원숭이, 두꺼비, 신선(神仙), 소나무 등 십장생(十長生)과 영험한 동물 등을 주로 사용했다"며 "최근에는 광고모델을 넣어 소주를 판매하다가 지금은 법이 바뀌다 보니 사용하지 않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수집에 대한 그의 노력은 단순히 19금 제품에서 멈추지 않았다. 유 씨는 "성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부터 모으기 시작했지만, 그 당시의 텔레비전부터 라디오, 전축, 밥솥, LP판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며 "이후 오래된 제품들을 역사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수집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그동안 모아온 근현대사 자료를 가지고 전시장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오래된 교과서, 교복, 교련복, 가방 등 생활 속 근현대사 물품을 반평생 가까이 수집하다 보니 40평의 전시장이 꽉 찰 정도로 많이 모아 더는 수를 셀 수 없게 됐다"며 "그간 모아 온 수집품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찾아와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주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추억이 담긴 자료들을 전시해 젊은이들에게 지나간 전통생활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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