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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기주의" vs "수요예측 실패" 대구 광역철도망 역사 신설 요구 봇물

"주민 요구 들어주면 경제성 없어"…"대구시의 예측보다 실제 이용객 많아"

대구산업선과 대구권광역철도의 신규 역사 입지를 두고 대구시와 주민들 간의 공방이 거세다. 사진은 주민들이 대구권광역철도 원대역 신설을 주장하는 북구청과 달성공원 사이 경부고속철도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산업선과 대구권광역철도의 신규 역사 입지를 두고 대구시와 주민들 간의 공방이 거세다. 사진은 주민들이 대구권광역철도 원대역 신설을 주장하는 북구청과 달성공원 사이 경부고속철도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산업선과 대구권광역철도 등의 신규 역사 입지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기존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며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새 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런 요구가 지역 혜택만을 바라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대구산업선은 2027년까지 국비 1조3천억원을 들여 서대구KTX역에서 대구국가산업단지까지 34.2km 구간을 연결하고 중간중간에 역 7곳을 설치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신설 역사를 놓고 현재 달서구와 달성군이 각각 성서산단호림역과 서재·세천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권광역철도의 경우 2023년까지 1천249억원을 투입해 대구 주변 40km 철도역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현재 장래역으로 분류된 원대역 인근 입주예정자들이 역사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같은 기초자치단체나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산업선 추진 과정에서 달서구와 달성군의 역사 신설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공사기간이 연장되고 예산 또한 1천600억원 이상 늘어날 뿐 아니라, 역과 역 사이 간격이 2km도 채 되지 않는 등 노선 구성 자체가 틀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규 역사가 들어서면 역간 거리가 1.9km인 곳이 생기는데 정상적인 열차운행을 위해 최소 역간거리가 7km는 돼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짧다. 대구산업선과 광역철도 모두 도시철도가 아닌 일반 철도 개념으로 짧은 구간에 역을 많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며 "대구산업선의 경우 국비로만 진행되는 사업이어서 대구시 입장에서 정부에 무작정 역사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역사 신설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애초 대구시가 주민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서구에 사는 A씨는 "주민들도 마냥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사업성이 확실하다고 생각해 역사 신설을 주장하는 것이다. 달서구 성서산단호림역을 예로 들면 기업들 화물 수요와 여객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사업성이 낮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주민들이 보기에도 기존 역 중 수요가 많지 않을 것 같은 역사가 몇 곳 있다. 이는 대구시가 애초 사업계획 단계에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대구산업선과 대구권광역철도 모두 사업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역사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의 한 교통전문가는 "대구산업선, 대구권광역철도 모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서 수차례 수정한 결과 지금 노선이 나왔다. 주민 민원을 전부 받아들일 경우 전체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구광역철도의 경우 아직 입주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역사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주민은 노선의 경제성보다는 역사 입지로 인한 지역 혜택을 우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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