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 27년 만에 예천으로

소유자 박재문 씨 예천박물관에 기탁

김학동 예천군수(가운데)가 예천박물관 관계자들과 함께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이 예천박물관에 기탁한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예천군 제공
김학동 예천군수(가운데)가 예천박물관 관계자들과 함께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이 예천박물관에 기탁한 유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예천군 제공

보물 제1008호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이 27년 만에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돌아왔다.

21일 예천군에 따르면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과 유물 등을 소유하고 있던 박재문 씨가 최근 문중 전적 46점을 비롯한 유물 180점을 예천박물관에 기탁했다.

정랑공파 문중 전적은 1989년 8월 1일 보물로 지정됐다. 이후 1993년 소유자 병환으로 예천이 아닌 서울시 동대문구, 경기도 용인시 등으로 보관 장소가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유물과 전적은 분실, 회수 등 여러 고난을 겪었다고 한다.

이번에 돌아온 보물은 ▷6대에 걸쳐 117년 동안 쓰여진 일기 '저상일월(渚上日月)' ▷수입과 지출을 적은 가계부 성격의 '저상일용(渚上日用)' ▷나암(羅巖) 박주대(朴周大·1836~1912)가 구한말 당시 상황을 기록한 '나암수록(羅巖隨錄)' ▷당나라 시인들의 한시를 조선 전기 목간본으로 간행한 '당시고취(唐詩鼓吹)' ▷조선 전기 당나라 조정의 책문 75문을 편찬한 '당조책림(唐朝策林)' ▷중국의 편년체 역사서를 조선 전기 목활자로 간행한 '통감(通鑑)' ▷여필(汝弼) 박정설(朴廷薛·1612~1693)이 확대 필사한 세계지도 '만국전도' 등이다.

특히 '저상일월'과 '저상일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작성된 일기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 받아 여러 권의 연구서가 발행됐다. 또 이 일기는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137호인 미산고택에서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만국전도' 역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도는 선교사 알레니(Aleni·1582~1649)가 1623년 편찬한 한문판 휴대용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에 실린 '만국전도'를 민간에서 확대, 필사한 세계지도이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만국전도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학동 예천군수(가운데)와 예천박물관 관계자 등이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의 유물을 살펴보고 기념 촬영을 했다. 예천군 제공
김학동 예천군수(가운데)와 예천박물관 관계자 등이 함양 박씨 정랑공파 문중의 유물을 살펴보고 기념 촬영을 했다. 예천군 제공

소유자 박재문 씨는 "기탁한 유물은 집안의 보물이면서 국가의 보물이다. 예천박물관에서 안전하게 보존·관리·연구돼 지역의 풍성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함양 박씨 정랑공파는 예천 금당실 입향조인 박종린(朴從鱗·1496∼1553)을 잇는 가계로서 그 형제들이 모두 문과에 급제해 향오린(鄕五麟)이라고 불렸다. 박종린은 1532년(중종 27)에 문과 합격해 한림(翰林), 홍문관(弘文館) 박사(博士)를 거쳐 이조정랑(吏曹正郞)을 지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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