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주일본 러시아대사관의 트위터가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8월 9일은 소련이 선전 포고와 함께 만주 주둔 일본 관동군을 공격한 날로 올해로 75주년을 맞는 전승기념일이다. '8월의 폭풍' 작전명을 가진 이 만주 작전을 기리기 위해 러시아대사관은 당시 작전도와 사진, 일본군 전사자 8만4천 명·포로 64만 명 전과를 트윗했다. 일본 정부는 물론 국민들을 크게 자극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이 트윗은 주일 대사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주남아공 러시아대사관도 같은 내용을 트윗하자 러시아 외무부가 이를 리트윗했다. 외무부는 한술 더 떠 히로시마·나가사키를 초토화한 핵폭탄 '리틀 보이'와 '팻맨'을 일본 지도와 함께 적시하며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들은 그것을 되풀이할 운명이다"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영토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온 러시아의 불편한 속내를 대일 전승기념일을 맞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베 전 일본 총리가 퇴임 사흘 만인 이달 19일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자 큰 반발을 산 것이다. 이날 트위터에 참배 사진과 함께 "총리 퇴임을 영령(英靈)에 신고"라는 글을 올린 것은 다음 달 17일 야스쿠니 가을 제사 때 후임 스가 내각 각료들의 대거 참배를 부추기는 꼴이어서 더욱 논란거리다.
이런 와중에 전남 순천시가 '한·중·일 평화정원' 조성을 명목으로 임진·정유년 왜란 때 조선 침략의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동상을 건립하려다 반발 여론이 커지자 그제 계획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왔다. 순천시는 2025년까지 순천왜성 일원에 총 311억원의 예산을 들여 평화정원을 만들고 각국 장수 5명의 동상을 세우려고 했으나 국민청원 게시판에 "혈세로 왜군 장수 동상까지 건립하느냐"며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결국 취소한 것이다.
직접적인 비교가 힘든 국가기관과 일개 지방자치단체의 역사 의식의 차이라고 하더라도 순천시의 발상은 부끄러운 일이다. 평화 공존도 중요한 일이지만 러시아 외무부의 지적처럼 일본이 역사에서 조금도 배우지 않고 여전히 과거 낡은 인식에 머물러 있는 한 우리의 태도는 더욱 엄중하고 단호해야 한다. 좋은 대조를 이룬 역사의 기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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