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소염진통제' 라는 약을 처방받아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확한 분류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인데 이 약물은 낮은 용량에서는 해열작용과 진통작용을, 높은 용량에서는 소염(항염증)작용을 나타내는 공통적인 기전을 가지고 있다. 비스테로이성 항염증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스테로이드는 아니면서 스테로이드와 유사한 항염증작용을 가지고 있는 약물이라는 것이다. 항염증작용을 최고로 잘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 약이 바로 스테로이드다. 항염증만을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많기에 스테로이드의 여러 가지 작용 중 항염증작용을 나타낼 수 있는 약물을 목표로 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빠르고 탁월하여 한 때는 '신의 은총'으로 불리기도 했던 것이 스테로이드이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콩팥 위에 있는 자그마한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 즉 부신이라는 기관의 바깥층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말한다. 강력한 항염증작용을 기반으로 하여 피부질환, 호흡기질환, 류머티스 관절염 등의 다양한 질환에 다양한 제형, 치료목적에 따른 다양한 용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심각한 부작용이나 남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요즘은 스테로이드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부터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많아서 꺼리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스테로이드의 효능 중 한 가지는 항암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다발골수종, 림프종, 백혈병 등에서는 항암제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용량은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의 용량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항암치료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가 사용된다는 것을 설명 드리면 '그렇게 위험한 약'을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스테로이드를 먹는 약으로 복용해야 할 경우 알약의 개수가 많아서 놀라시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스테로이드에 대해 거부감이 강한 환자분들일수록 교육을 통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명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스테로이드는 항구토제로서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특히 항암치료 24시간 이후에 나타나는 지연성 구토에도 효과가 있어, 구토 등급이 높은 항암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그 외에도 항암치료 시에 나타나는 부작용 예방이나 항암제 자체에 의한 과민반응을 억제할 목적으로도 꼭 필요하여 스테로이드는 항암치료 시에 아주 중요한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문페이스' 라는 부작용을 겪게 되는데 얼굴이 동그란 달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항암치료 자체도 스트레스인데 외모가 변화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탈모와 더불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큰 스트레스이다. 그러나 치료가 잘 끝난 후 시간이 흘러 원래의 얼굴로 돌아와서 외래로 오는 환자들을 볼 때면 스테로이드의 다양한 작용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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