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리는 것만큼 발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치매'다. 환자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정상 생활을 어렵게 만들어 심적, 경제적 고통을 주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최근 10년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로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치매 예방을 위한 조기검진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아 국민들이 치매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진료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 치매, 10년새 4배↑
국내 치매환자는 최근 10년간 약 4배로 늘어났고,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치매로 진료받은 수진자(환자) 수는 79만9천명으로 2009년(18만8천명)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16%에 달한다. 진료비는 2조430억원, 원외처방약제비는 3천199억원에 달한다.
치매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56만5천40명으로 남성(23만4천226명)의 2.4배 수준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85세 이상이 22만780명, 80∼84세 20만6천488명, 75∼79세 17만6천324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85세 이상 치매환자는 2009년 100명당 12.4명에서 지난해 33.2명으로, 65세 이상 환자에서는 같은 기간 100명당 3.5명에서 9.7명으로 증가했다.
60세 미만에서도 치매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예방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40세 미만 치매환자는 1천151명으로 연평균 4% 증가했고, 40∼59세는 3만5천608명으로 연평균 15% 늘었다.
치매 유형을 보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지난해 53만4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52만1천명이 65세 이상이었다. 혈관성 치매는 4만6천명이었으며, 이 중 남성 환자 비율이 37%로 다른 치매(28∼31%)보다 높았다.
치매와 동반된 질병으로는 고혈압이 9만1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울증 7만8천명, 뇌손상·뇌기능이상 등 신체질환에 의한 기타 정신장애 4만5천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치매 전 단계의 고위험군 상태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지난해 27만6천명으로 2009년(1만5천명)의 1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미만 환자가 전체의 20%를 차지해 치매보다 더 낮은 연령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매는 예방이 중요한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진다면, 치매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와 분당서울대병원이 실시한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치매 발병을 2년 지연시킬 경우 20년 후 치매 유병률이 80% 수준으로 낮아지고 5년 지연시킬 경우 56% 수준으로 감소했다.
김현표 심평원 빅데이터실장은 "치매는 예방이 중요한 만큼 경도인지장애 시부터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하며 정기적인 검진 등을 통해 치매를 조기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치매 검사 중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검사는 인지 저하 여부를 판별하는 선별검사인 '간이정신진단검사',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신경인지기능검사'가 있다. 60세 이상은 치매안심센터에서 두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단순 건망증과 치매 차이는? '힌트' 제시해보세요
치매의 초기 증상은 사소한 기억력 감퇴다. 기억이 저하되고 새로운 이름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악화되고, 사고력·이해력·계산능력 등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혼자서는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렇다 보니 어르신들은 조금만 기억력이 떨어져도 치매가 아닌가 하는 걱정에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치매와 달리 단순 건망증의 경우,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그러나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힌트가 제시되더라도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들어 가족 여행 등 특정 사건을 물었을 때, 기억을 못 하는 듯하다면 당시 먹었던 메뉴나 장소 등 '힌트'를 제시해보면 된다. 이때 "아, 그랬지" "깜빡했네"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면 건망증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나"라고 답하는 등 아예 모르는 일처럼 반응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또 기억력이 저하된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악화하지 않도록 주위에서 잘 관찰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대화 시 적절한 단어를 빠르게 찾지 못하거나 간단한 계산을 하지 못하는 등 언어, 수리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치매는 증상 발현을 최대한 미루면서 관리하는 게 최선이므로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지를 주위에서 살피는 게 좋다.
이현아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치매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다수의 환자와 가족들이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치매 위험인자를 적극 관리하고, 대화 혹은 사회 참여를 통해 이웃, 가족과의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도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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