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막바지, 촉나라 마지막 황제 유선 곁에 나라를 팔아먹은 신하 황호가 있었다면, 오나라 마지막 황제 손호 곁에는 그런 신하 잠혼이 있었다.
삼국지연의·정사를 섞어 살펴보자. 두 사람에게는 관료로 일하는 '맛'이 있었던듯 하다. 황호는 뇌물을 좋아했는데, 잠혼은 토목공사(건설)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백성들의 민심이 하락했다고. 과도한 토목공사는 백성들로부터 세금과 노동력과 행복 및 그럴 시간을 싸그리 갈취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중국사 속 여러 나라의 멸망 직전 풍경이기도 했다. 오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황호와 잠혼의 최후는 좀 달라 눈길을 끈다. 황호는 촉나라가 망할때까지 살아남았다. 제갈량의 후계자 강유, 아들 제갈첨, 손자 제갈상 등이 나라를 지키고자 분투하다 죽은 것과 달리, 황호는 유선을 꼬드겨 위나라에 함께 항복했다.
그랬다가 '정사에서는' 촉나라를 정벌한 위나라의 등애로부터 간신이라며 사형 위기에 처했다가 (받는 게)특기인 뇌물을 등애 측근들에게 줘 사면됐다. 그러나 '연의에서는' 뇌물로 목숨을 부지하다 결국 위나라 권력자 사마의의 아들인 사마소에 의해 사지가 찢겨 죽임을 당한다.
정사에서는 구현하지 못한 '정의'를 연의에서 구현한 황호의 예와 달리, 잠혼에 대해서는 정사에서 정의가 실현됐다.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오나라 중신들이 잠혼에게 책임을 물어 붙잡아 죽인 것이다. 손호가 잠혼의 처단을 반대하는데도 조정 구성원들이 적극 나섰다고 한다.

▶박덕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최근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건설 분야가 소관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가족 명의 건설사를 통해 피감기관들로부터 거액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공사 수주 규모는 1천억원대라는 주장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이 최근 정부·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미향 의원, 김홍걸 의원, 이상직 의원 등에 대해 각종 비리·비위 내지는 불법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역공'을 당할 빌미로도 평가받는다. 박덕흠 의원에 대해서도 사과와 사퇴, 제명, 특검 등 앞서 해 온 공세에서 요구한 것과 똑닮은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
이제 국민의힘은 촉나라처럼 대처할지 오나라처럼 대처할지 기로에 서 있다. 촉나라는 제때 황호를 처단치 못해 위나라에 속절없이 망했다. 오나라는 잠혼을 처단한 후 (위나라 후속)진나라와 싸워는 보고 패배했다.
이 역사를 현실로 소환하면, 전자의 경우는 100% 망하고, 후자의 경우는 그래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여지를 얻는다. 요즘 당명까지 바꾸며 혁신에 한창인데다, 멀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 가깝게는 여론 형성의 장인 추석 연휴를 앞둔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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