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캠퍼스 문화 암흑기…아쉬운 20학번

"이맘땐 축제 준비 한창이었는데…" 가을학기 시작됐지만 동아리 가두모집 취소
집행부·회원 낭만 실종…유튜브로 동아리 홍보, 영상 통해 교육 봉사도

23일 대구 시내 한 대학교 교정에 동아리 신입 회원 모집을 위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는 동아리나 소모임 등 단체 활동이 거의 중단돼 캠퍼스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3일 대구 시내 한 대학교 교정에 동아리 신입 회원 모집을 위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는 동아리나 소모임 등 단체 활동이 거의 중단돼 캠퍼스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 사태로 1학기에 이어 2학기마저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대학 문화는 고사 상태나 다름없다. 자칫 코로나19 사태가 내년 이후로까지 장기화된다면 과거와 같은 대학 문화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학마다 학생자치기구들은 비대면·온라인 등을 통해 대학 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아리 활동·축제 등 엄두 못내

대구권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매년 학기 초에 맞춰 열리던 동아리 가두모집은 올해는 일제히 잠정 연기나 취소됐다.

대학에서 동아리 가두모집은 회원 모집 이상으로 의미 있는 연례행사다. 영남대 총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가두모집은 매년 회원들이 함께 무대를 꾸며 공연을 하면서 학교 축제처럼 진행하던 행사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던 활동들이 모두 무산되는 바람에 집행부나 회원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신규 회원 지원자 수가 상당히 적어 회원을 모집하지 못한 동아리가 많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은 동아리에 대해 모르다시피하는 실정이다.

특히 댄스동아리, 밴드동아리 등 회원들과 합을 맞추고 대면 연습이 필수인 동아리는 더욱 고민이 깊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경북대 한 밴드동아리 관계자는 "밴드 동아리 특성상 모여서 합주하고 연습하는 활동이 대부분인데 코로나19 이후 연습을 거의 못하고 있다"며 "동아리 회원들이 동아리 방 악기를 공용으로 사용했던 터라 온라인 연습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예 동아리방 폐쇄 지침이 내려진 대학도 있다. 경산의 한 대학은 3월부터 중앙동아리가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을 겸해 폐쇄했다. 이 때문에 이 대학은 동아리 모집 및 활동을 거의 접은 상황이다.

대학마다 총학생회이 기획, 운영하는 대학 축제들도 올해는 전면 취소될 것을 보인다. 매년 10월 대학마다 유명인이나 연예인을 초대해 공연을 꾸미면서 10월 축제는 대학생 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함께 관람하는 지역 축제 역할을 해왔다. 9월이 되면 SNS에는 각 대학 공연에 참여하는 연예인 라인업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영남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축제, 동아리 등 대학생활이라는 게 학교를 다니며 공부만 하는 게 아닌데 즐길거리, 사람들을 만날 기회 등을 놓치는 부분에서 아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23일 경산의 한 대학교 학생식당에 점심시간임에도 빈 자리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는 동아리나 소모임 등 단체 활동이 거의 중단돼 캠퍼스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3일 경산의 한 대학교 학생식당에 점심시간임에도 빈 자리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에는 동아리나 소모임 등 단체 활동이 거의 중단돼 캠퍼스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온라인 등으로 돌파구 마련

대학 문화 주체들은 대면이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온라인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경북대는 21일부터 25일까지 총동아리연합회 인스타그램 계정에 카드뉴스 형식으로 동아리를 소개해놓고, SNS를 통해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동아리를 홍보 중이다. 영남대도 14일부터 23일까지 총동아리연합회 SNS에 개별 동아리 소개글을 게시하고 게시글을 확인해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북대 총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비대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회원끼리 화상채팅을 하거나 영상으로 교육 봉사를 하기도 한다. 유튜브로 동아리 PR을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10월 축제 또한 서울의 일부 대학은 온라인 축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역에서는 실효성 논란으로 축제 자체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대학 문화 창출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문화가 태동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대학 문화 또한 기존 형태는 크게 위축되더라도 자가 방역이 포함된 오픈된 문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대학 문화 주체들은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고 대학 본부는 학생들이 방역 상황 하에서 서로 자유롭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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