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47)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 시신이 불에 태워진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12년 전 발생한 민간인 피격 사건인 고(故) 박왕자(당시 52세) 씨 사건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24일 연평도 실종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깜깜이 대응'을 주장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정진석 의원은 '제2 박왕자 사건'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실종된 채 표류 중인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직접적인 총격으로 피살됐다는 사실이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박 씨의 사례와 비슷한 탓이다.
박 씨는 북한 금강산으로 관광을 갔던 지난 2008년 7월 11일 오전 5시쯤 북한군 육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 씨는 이날 오전 4시 30분 무렵 호텔을 나가 인근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북한군 해안 초소 초병이 등 뒤에서 발사한 총탄에 맞아 숨졌다.
북한 측은 사고 당시 당일(11일) 오전 4시50분쯤 경계 펜스로부터 800m 떨어진 지점에서 박 씨을 발견했고 500m를 도주한 고인에게 오전 4시 55분에서 5시 사이에 총격을 가했다고 공식 통보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의 주장과 관광객 증언이 일부 모순된 데다 통일부 조사 결과도 북한의 주장과 상이했다. 이후 고인의 부검 결과 총을 쏜 거리도 측정이 불가 했다는 점, 목격자 주장과 상당 부분 다르다는 점이 밝혀지며 파장이 일었다.
통일부는 당시 박 씨가 오전 4시18분쯤 숙소를 출발했고 피격된 지점은 해수욕장 경계선 울타리에서 기생바위 쪽으로 직선거리 약 200m 지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지점과는 차이를 보인다. 아울러 목격자 진술과 관련 사진을 분석한 결과, 고인의 피격 사망 시간을 오전 5시 16분 이전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2m를 넘는 펜스를 치마를 입고 어떻게 넘었는지, 관광 통제선을 굳이 넘을 이유가 있었는 지에 대해서도 발표가 불충분하다는 의혹이 제기 되기도 했다. 다만 박 씨가 경계선을 넘은 것은 한국과 북한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2m 높이의 펜스는 육지 쪽에만 있었고 전 구간에 걸쳐 쳐진 것이 아니었다. 아울러 해안가 일부 구간은 펜스가 아닌 모래언덕으로 구성돼 무시하고 타 넘을 수 있는 형태라는 것. 진상규명 촉구에도 불구하고 박 씨 시건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못 한 채 남아있다.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론의 악화와 정부의 항의, 대북제재와 맞물려 6.15 공동선언 이후 햇볕정책으로 일관했던 남북관계가 악화하는 스모킹건이 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박 씨 피격 사건 다음날인 7월 12일 정부는 금강산 관광 출발을 금지했고 하루 뒤 전원 철수,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해 지금까지 내국인의 금강산 방문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사건 직후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예정됐던 남북 동시입장도 무산됐다. 당초 대한민국과 북한이 연달아 입장할 예정이던 것을 입장 순서를 일부 조정해 완전히 따로 입장하게 된 것.
이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사태, 서부전선 포격 사건,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조치가 이뤄졌고. 북한의 도발과 핵실험,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기 이어지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북한과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 전까지 남북관계는 얼어붙고 만다.
한편, 두 사건 발생 당시 정치권의 입장은 보수·진보를 떠나 여·야별로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일어난 A 씨의 피살과 관련해 보수당인 국민의힘이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박 씨 사건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은 강경 대응에 임하면서도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씨의 사망 사실을 보고 받고도 남북간 전면적 대화를 제의한 국회 개원 연설을 강행해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당시 집권 여당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본 사건의 진상규명과 함께 남북이 대화와 상생의 길을 갈 것을 촉구하고 개성공단의 활성화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사건 직후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우리 관광객이 아무런 안전 관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사고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정부의 책임 하에 분명히 밝히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A씨 피격 사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정부 입장을 정리한 뒤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며 언급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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