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통과…세입자·집주인 갈라치기

임차인에 임대료 감액 청구권 부여, 8개월까지 임대료 연체해도 못 내보내
"상가 임대료 더 오르는 부작용 우려", "선의로 합의할 부분도 법리로 다툴 것"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주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24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또다시 문재인 정부가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치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부여한 '임대차3법' 처럼 임대인 보호는 커녕 분쟁 소지를 높여 사회적 갈등만 유발하는 졸속 입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골자는 코로나19 같은 1급 감염병 상황 시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방적 임대차 계약 해지 기준인 임대료 연체 유예기간은 현행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늘렸다.

현장에선 문재인 정부가 허술한 입법으로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임대인들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늘고 대출금 부담까지 지고 있는데 정부가 임차인 권리 보호에만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상가 임대인 A씨는 "상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여러가지인데 어떤 근거로 감염병 피해를 산정해 임차인과 합의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임차인이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를 더 낼 것도 아닌데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대료 감액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합의할 근거만 남기면서 양측의 갈등만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상가 임대료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차순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임교수는 "임대료 연체가 9개월까지 이어지도록 별 다른 조치를 못 취한다면 임대인에게도 상당한 손해가 간다. 보증금이 잠식될 우려는 물론 추후 인테리어 원상복구 등 철거비용까지 더해질 수 있다. 결국 상가 임대차계약 시 보증금이 훨씬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또 임대인이 임차인의 감액 요구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번 상가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지난 7월 임대차3법으로 임대인-임차인 갈등을 점화한 일의 재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차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계약갱신청구권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

지역 공인중개사 업계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근거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사비, 부동산중개비 등을 요구해 양측이 극심한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세 낀 매물을 산 매수인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입주를 하지 못하거나, 세입자 계약갱신청구 때문에 집을 못 팔아 일시적 2주택자 비과세 혜택을 못받고 세금폭탄을 맞는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전세 가격을 미리 올려버리거나 아예 세입자 받기를 포기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결국 전세 구하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심대한 타격을 입은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종 특별법을 자꾸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이 법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상호 간 선의를 가지고 합의할 수 있는 영역에까지 법령에 근거를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서로가 유리한 방향의 주장만 내세우게 되면서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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