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골목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으로 꼽힌다. 100여 년 전 허물어진 대구읍성을 관통하던 길이 중구의 근대골목. '2012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오래 된 가옥과 옛 관청 등이 역사와 문화라는 가치를 입고 새 단장, 길손을 부른다.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 역시 적지 않다.
매일신문교육센터는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대구 중구청과 손을 잡고 대구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심 골목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학생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느끼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안목을 키워주려는 시도다. 이 프로그램이 걸어온 길과 올해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지역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스치듯 지나가는 것만으로는 근대골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무심코 지나갔던 길도 달라 보인다. '도심 골목 및 역사 문화 탐방' 체험학습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다양한 형태로 세부 프로그램을 운영해 흥미와 교육 효과를 높여왔다.
근대골목을 소재로 한 'RPG 프로그램'은 대구 중학교 1~3학년과 고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과정. 게임 속 등장인물이 돼 일정한 과정을 소화하는 '롤플레잉게임(role playing game)' 방식에서 따온 것이다. 5개 코스로 나뉜 골목을 누비며 부여받은 미션을 해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구 중·고교를 대상으로 '도심 근대골목' 동아리 활동도 지원해왔다. 많은 학생들이 영상, 사진, 그림 등 다양한 콘텐츠로 근대골목을 접할 수 있게 하려고 마련한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비도 지원하고, 활동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회도 열어왔다.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은 중학교 1~3학년과 고교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 개별 동아리, 학교 또는 학급 단위로 신청하면 학생들에게 문화해설사가 찾아가 근대골목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동안 체험학습에 참가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RPG 프로그램만 해도 매년 30여 곳의 학교에서 3천여 명 이상이 체험했다. 2015년 37개교 5천420명의 학생이 참가했고, 2018년에는 27개교에서 3천53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는 31개교에서 3천142명이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인 배진표 씨는 "저학년들에겐 율동을 넣어 익살스럽게, 고학년들은 어른들을 상대하듯 해설한다. 재미있게, 지겹지 않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며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진 길이 아닌 만큼 많이 배우고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는 비대면 방식 늘려 활로 찾아
2020년은 일상생활이 크게 변했다. 코로나19 탓이다. 사회 곳곳에 그 여파가 미쳤다. 그로 인한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교육에 미친 영향도 크다. 등교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다양한 학습 체험활동들이 취소, 폐지되거나 축소됐다.
올해 '도심 골목 및 역사 문화 탐방' 체험학습도 달라졌다. 상반기에는 사회 여느 분야들처럼 정상적으로 일정을 이끌어가는 게 불가능했다. 하반기 운영 계획도 바뀌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걸 막고 이후 닥칠 상황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꾸준히 인기를 모았던 RPG 프로그램 운영 계획은 전면 취소한다. '달빛 청소년 근대골목 한마당 행사' 또한 취소됐다. 광주 학생들을 초청해 서로에 대한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래지향적 화합의 가치를 생각해보려 했던 게 행사의 취지. 아쉽게도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그 대신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 학교별, 학급별, 동아리별로 신청하면 중구의 골목 문화해설사들이 학생들을 찾아가 다양한 근대골목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현장을 찾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고 흥미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3D프린터로 만든 계산성당 만들기 체험키트를 제공한다.

근대골목 관광사진전과 더불어 근대골목 일러스트 공모전도 진행한다. 공모 주제는 근대골목의 사계절 풍경, 근대골목 상징 캐릭터.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눠 공모한다. 10월 31일까지 일러스트 작품을 공모한다. 053)251-1798.
매일신문교육센터 관계자는 "매년 실시 중인 문화해설사 연수도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것"이라며 "전태일과 대구, 미술작품과 친해지기,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대구 등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해설사들의 능력을 높여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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