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조차도 '메니에르병'을 잘 몰라요. 죽을 병은 아니지만 죽고 싶을 만큼 견디기 힘든 병입니다."
정우정(47) 경북대 간호대학 교수는 국내에 이 병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고 관심이 부족한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의 증상이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1861년에 프랑스 의사 메니에르(Meniere)에 의해 처음 기술됐다.
그는 유영미 백석대 간호대학 교수와 함께 지난 8월 '한국성인간호지'에 메니에르병 환자 130명의 자료를 분석한 '메니에르병 환자가 지각하는 건강 상태, 불안, 우울, 사회적 지지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정 교수는 '메니에르병 환자의 질병 체험 연구'라는 또 다른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내놓을 예정이다. 메니에르병에 대한 논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도전이다.
정 교수는 메니에르병이 정말 무섭고도 답답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병은 세계적으로 명명된 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치료법 또한 사실상 없다.
"원인을 아직 모르니까 진단법도 특별히 없어요. 국내외적으로 연구도 거의 없고 논문 자체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거의 의사가 증상을 통해 추정을 하는 정도입니다. 그나마 미국에서 의증과 확증으로 구분하는 기준 정도 제시한 상태입니다.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질환이다보니 답답한 노릇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니에르병을 앓는 환자들이 이 병을 인지하는 것도 늦고 메니에르병으로 확진받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는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환자들의 '삶의 질'은 참담하게 떨어진다. 언제 어지러움이 돌발적으로 발생할 지 모르는 공포감에 살아야 하고 항상 내재된 질환에 무언가 의욕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정 교수는 "환자들을 상담해보면 사직이나 휴직을 낸 이들이 많다. 다소 편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근무 부서를 옮기는 이도 태반이다"고 말했다. 이들 중엔 지하철 소음 때문에 지하철을 못 타거나 집에서 진공청소기 자체를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런 어려움이 있어도 완치가 안 되니 환자들은 시쳇말로 '미친다'는 것이다. 의료적인 도움으로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전부다.
그 또한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는 메니에르병에 대한 논문을 내게 된 하나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 부모님으로부터 카세트를 선물받은 뒤 틈만 나면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들엇어요. 어렸을 때 용돈 받으면 이어폰이나 음악 테이프를 사는 것이 일이었죠. 아무래도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가족력도 좀 있었어요."
그는 대학원 때부터 뭔가 귀에서 '뚜'하는 소리가 몇 초동안 지나가는 경험을 했고 그 횟수가 점차 빈번해졌다. 2019년 학과 업무가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어지러움이 조금씩 오고 몸이 무작정 피곤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넘겼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방학 때 이 병에 대한 논문을 정리하는 중에 메니에르병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그는 "그 때부터 어지러우면 무조건 집에 가서 쉬고 오후 10시 전에 자려고 한다. 지금도 항상 조심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어폰 사용의 위험성을 되뇌었다. "이어폰 사용 문제가 정말 심각해요. 지하철 등 탈 때 이어폰을 많이 착용하는데 외부 소음이 있다보니 소리를 크게 키우잖아요. 이는 커다란 앰프를 귀 바로 두고 듣는 것과 같은 강도예요. 정말 귀가 중요한데 많은 사람은 이를 잘 인식 못하는 것 같아요."
그는 메니에르병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이 병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준비하는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메니에르병으로 진단받은 환자수는 2015년 12만317명에서 2019년 16만3천990명에 이르렀다. 특히 40대 이하가 전체의 61.5%나 된다. 메니에르병 의증까지 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거라는 것이다.
"메니에르병은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조차도 잘 모르는 익숙치 않은 병이예요. 증상이 드러나지 않다보니 주변의 공감도 잘 얻기 힘들죠. 하지만 이 병을 겪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게 살고 있어요. 그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눈물이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에서 환자의 하소연을 잘 들어주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만이라도 환자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상담한 환자 중에서는 가족 중에 의지나 정신력이 약하다는 이야기하는 경우가 좀 있었다. 이런 지적은 가뜩이나 힘든 환자에게 더 큰 상처가 된다"고 했다.
또 환자 스스로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우울로 빠지면 안 되며 증상에 집중하지 말고 마음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푹 자고 편하게 지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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