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재인의 33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6년 11월 24일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의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을 방문해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을, 진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며 "그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런 논리에 따라 민주당은 '박근혜 7시간'을 탄핵 사유로 몰아갔다.

괴담도 넘쳐났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와 호텔에서 밀회를 가졌다' '청와대 관저에서 기(氣) 치료를 받았다' '성형 시술을 받은 뒤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잠들었다'는 것은 물론 한술 더 떠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의원까지 있었다.

민주당은 이를 자양분 삼아 '박근혜 7시간'을 대통령 선거에서 있는 대로 우려먹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라며 대통령의 일정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공약이었다. '박근혜 7시간'과 자신을 대비시켜 표를 얻으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7시간'은 실체가 없는 정치 공작이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박근혜 7시간'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2018년 3월 28일 발표된 검찰의 결론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후 줄곧 관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순실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의 출입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문 대표는 대통령이 되고 난 뒤였다. 문 대표와 민주당은 말 그대로 '박근혜 7시간'으로 재미를 본 것이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이제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에 놓였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사건을 대면 보고를 받은 후 북한 규탄 입장 발표까지 33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행적을 초 단위로 밝히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밝히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논리에 따르면 그 자체로 탄핵 사유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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