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군의 날’ 북 만행 언급 않고 평화 말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공무원 이모 씨를 사살한 만행에 대해 한마디도 않았다. 북한이란 단어 자체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평화라는 단어는 6차례 사용했다. 북한군에 의한 우리 국민 사살 사건 이후에 나온 첫 연설이자 국군의 날 기념사여서 북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고 파장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 했는지 의심스럽다. 이 씨가 사살된 사실을 보고받은 뒤 첫 입장을 내놓기까지 33시간, 최초 보고로부터는 47시간이 걸렸다. 이 씨 사살 후 시신 훼손이 이뤄지고 새벽 1시에 청와대에서 긴급안보장관회의가 열릴 때도 대통령이 이를 몰랐는지도 논란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 26분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유엔 화상 기조연설을 녹화한 그대로 내보냈다. 그 후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도 북의 만행에 대해 언급조차 않았다. 그 사이 북을 향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1월 경기도 안산을 찾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보고를 받고 중앙대책본부에 나타나기까지의 7시간을 두고 "그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탄핵 사유"라고도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정작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잡혀 생사를 넘나드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아예 언급조차 외면한 것이다.

청와대는 북한 전통문을 그대로 전달하고 나섰다. 북 전통문은 이 씨가 신분 확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는 상황이 조성돼 10여 발의 총탄을 사격했다고 한다. 부유물을 탄 기진맥진한 사람이 도주하려고 했다는 것도 황당하거니와 이런 사람에게 10여 발의 총탄을 가했다는 것도 이해 불가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 팩트다. 전시라도 비무장 민간인은 보호받는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를 불러온 박왕자 씨 피격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북을 향해 한마디도 못 하니 국민들이 '삶은 소대가리' 소리나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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