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사장님, 한 사람부터 만족시키세요

사업을 할 때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니까. pixabay 제공
사업을 할 때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니까. pixabay 제공

'고객들'이 아니고 '고객'이다. 복수가 아니라 단수다. 우선, 한 사람부터 만족시켜라. 당신의 승부수는 고객들이 아니고 고객이다.

여전히 많은 소상공인 사장님들이 모두를 만족시키려 한다. 그 순간 그 브랜드의 매력은 잃게 된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는 순간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브랜드가 된다. 자, 그럼 이런 의문점이 생긴다. 그 단 한명의 고객이 도대체 누구냐고. 우리 가게에 오신 첫 손님인지, 돈이 많아 보이는 고객인지 궁금할 것이다.

당신 브랜드의 첫 고객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는 사업주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획하고 이렇게 서비스하면 돈을 벌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다. 지극히 사업주의 관점에서 고객을 본다. 고객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당신이 먼저 고객이 되어 그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 '나 같으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까? 내가 고객이라면 이 비용이 아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집요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눈이 생긴다. 바로 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 말이다.

당신이 당신 브랜드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보라. 그때 허점이 보이고 불만이 보이고 보완해야할 것이 보일 것이다. 먼저 자기 마음 안에서 합격점을 받아라. 자신의 브랜드를 비판도 해봐야한다. 그럼 이제 진짜 고객을 맞이할 차례가 온다. 거기서 통과되면 이제 진짜 한 사람에게 집중할 때가 온 것이다. 소상공인 사장님은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만족시켜야 할 단 한명의 고객이 누구일까? 스타트업 대표는 오늘도 고민한다. pixabay 제공
도대체 만족시켜야 할 단 한명의 고객이 누구일까? 스타트업 대표는 오늘도 고민한다. pixabay 제공

'아니, 많은 사람을 만족시켜서 최대한 지갑을 열어야지. 한 사람만 만족시켜서 어떻게 사업을 유지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소상공인에게 위와 같은 자세는 위험하다. 삼성 스마트 폰을 쓰는 고객과 당신이 개발한 어플을 쓰는 고객의 태도는 다르다. 그 태도는 삼성과 당신 브랜드에 고객이 지불한 가격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만족시켜야 할 그 단 한명의 고객이 누구일까? 바로 당신 브랜드에 가장 악평을 하는 사람이다. 가장 까다롭고, 가장 보기 싫고,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고객이다. 그 고객이 바로 당신 브랜드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오늘 닭갈비집을 오픈했다고 가정해보자. 친척을 비롯하여 지인들이 방문해서 음식을 팔아준다. 그리고 칭찬 일색을 늘어놓고 간다. '음식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느니 '양념이 끝내준다'라는 호평을 늘어놓는다. 여기에 우쭐해서 사장님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이미 자신이 백종원이 된 듯하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진짜 고객이 왔을 때 나타난다. 고객은 냉정하다. 조금만 불만족스러워도 블로그에 불평이 올라온다. 맛있다고 감탄했던 지인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까다로운 고객은 당신에게 디테일을 선물한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디테일이 없다는 점이다. 패기는 넘치지만 아무래도 비즈니스의 디테일은 부족하다. 그래서 그때 까다로운 고객을 만난 것에 감사해야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것이 불편할 수 있겠구나'를 비로소 알게 되니까. 그렇다면 그때부터 그 고객을 해부해가야 한다.

그 고객의 행동 패턴, 뇌구조, 기분, 습관, 돈쓰는 방법, 돈을 대하는 태도를 연구해야한다. 알파고와 대결한 이세돌 9단이 그렇다. 한 수를 두기 위해 상대방의 30수 앞을 고민한다. 그러다보면 디테일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상대의 성향에 집착하다보면 저절로 생기는 디테일이다. 이것이 소상공인이 한 명의 고객에게 집중해야 되는 이유이다. 까다로운 고객 한 명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대중을 만족시키려 들지 마라. 구구단도 모르는 학생이 미적분을 풀려고 덤비는 꼴이다.

가장 보기 싫은 고객을 바라보라. 시선을 피하지 말고 마주하라. 그 고객이 당신 비즈니스의 제일 좋은 교과서이다. 당신 사업의 거울이다. 그와 함께 사는 것처럼 사업을 하라. 그럼 어느 순간 당신 가게에 손님이 북적이고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당신의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에 그 브랜드 참 좋더라는 얘기가 바이럴 될 것이다. 그런 얘기는 광고판이 감히 담을 수 없는 것들이다.

불만스러운 사람을 회피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프로가 아니면 할 수 없다. pixabay 제공
불만스러운 사람을 회피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프로가 아니면 할 수 없다. pixabay 제공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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