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때 아닌 민원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내생활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등 풀기 어려운 갈등이 덩달아 늘자 관리사무소가 바빠진 것이다.
25일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대구지역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상담의뢰 건수는 총 9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2건)보다 69.2% 증가했다. 8월 한 달 동안만 103건이 접수돼 지난해 8월(50건)보다 2배 이상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늘었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들어 층간소음, 담배 냄새 등 이웃세대로 인한 불편 민원이 관리사무소로 접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5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이곳은 하루에도 2건씩 관리사무소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들어온다. 따로 통계를 내 관리하진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리실에 중재와 조정을 요청하는 빈도가 훨씬 잦아졌다는 게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한목소리다.
5년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A(70)씨는 "올해는 낮 시간 동안에도 집에 있는 사람이 많아 예년에 비해 '윗집이 너무 시끄러우니 해결해달라'는 민원이 많다"며 "낮 시간에는 주로 내부 인테리어 공사 소리, 집을 비운 뒤 혼자 남겨진 반려견이 짖는 소리에 대한 불편 민원이 많고, 늦은 밤 발자국 소리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관리실을 통한 문제 해결 경향은 이웃 간 얼굴 붉힐 일을 피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베이터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몇 층에 누가 사는지 서로 아는 상황에서 이웃 간에 괜한 갈등과 오해를 쌓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재자로 사이에 낀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난감하다. 이들 역시 주민 간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찮아 소극적인 부탁에 그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관리 주체가 층간소음 피해를 끼친 해당 입주자 등에게 층간소음 발생을 중단하거나 소음 차단 조치를 권고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권고 기준은 모호하다. 조용히 해달라고 머리 숙여 부탁만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관리비를 명목으로 갈등 해결을 당연시하거나 거듭된 부탁에 도리어 화를 내는 주민들도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대구 중구의 한 오피스텔 관리인 B(62) 씨는 "관리비를 내니까 관리사무소 직원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직접 나서겠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집이 몇 호인지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 주민 간 다툼을 조장할까봐 알려주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개인 간 조정이 꺼려져서 제3자에게 기대는 만큼 중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사자 간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않으려는 게 현대사회의 문제이기는 하다. 다만 개인 간 갈등 해결이 어려워서 관리사무소라는 기구를 두는 건데, 관리인의 공적인 권위를 인정하고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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