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례 대신 순찰…아파트 경비원 "추석이 서럽다"

연휴에도 24시간 교대… 연휴 때 쉬려면 알아서 '대체근무자' 구해야
명절 때마다 재활용 쓰레기 쏟아져… 아파트 쓰레기장 정리도 경비원 몫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잔뜩 쌓인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잔뜩 쌓인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번 추석은 그나마 운수가 좋습니다."

올해로 8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모(67) 씨는 휴무일과 추석 당일이 겹쳐 이번 추석은 운이 좋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명절 연휴에 쉰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올해 설날에도 최 씨는 경비 초소를 떠나지 못했다.

추석에는 온 국민이 쉰다지만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는 명절 연휴가 더 고단하다. 주민들이 떠난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고 순찰해야한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 씨는 명절에도 예외 없이 당직을 서왔다. 아파트 경비원은 현행법상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속해 휴일이 없었다.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는 최 씨는 명절에도 경비 초소에서 쪽잠을 청한다.

그는 "명절이나 주말에 제사나 결혼식처럼 정 급한 일이 있으면 알아서 대체 근무자를 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연휴에는 근무조 교대마저 쉽지 않다. 경비원 일을 그만둔 사람을 알음알음 찾아서 10여만원을 주고 사와야 한다"고 했다.

순찰 등 경비 업무 외에 택배 관리, 재활용 쓰레기장 정리 또한 경비원들의 몫이다. 이 때문에 명절 즈음에는 재활용 쓰레기장을 관리하며 진땀을 빼기도 한다. 명절 선물 박스나 과일 상자 등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 송모(65) 씨는 "미화원 분들이 정리를 하지만 주말이나 연휴에는 근무를 하지 않아 경비원들이 재활용 쓰레기장 청소를 해야 한다"며 "명절에는 병이나 플라스틱, 상자 등이 쏟아져 나와서 포대 하나로는 모자란다"고 했다.

하지만 격무에 시달려도 싫은 티를 낼 수 없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은 대체로 1년 주기로 이뤄지는 단기간 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이 15개 지역 경비원 3천38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개월 이하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21.7%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6개월 계약은 8.7%에 그쳤다. 1년 단위 계약은 63.7%, 2년 단위는 5.9%였다.

경비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공동주택관리법(경비원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경비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경비원에게 위법한 지시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은정 대구아파트경비노동자협회 활동가는 "이번 법안이 경비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3개월~6개월 등 단기계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경비원들이 감시·단속직으로 남아 있으면 장시간 근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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