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일본·베트남 출신…여성의용소방대 '독수리 5자매'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 이주여성 5인…국제행사 통역사 봉사도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 대원들. 왼쪽부터 김남주 대장, 우국화 대원, 나끼니시 교꼬 대원, 도미나가 미까 대원, 양평 방호부장. tong@imaeil.com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 대원들. 왼쪽부터 김남주 대장, 우국화 대원, 나끼니시 교꼬 대원, 도미나가 미까 대원, 양평 방호부장. tong@imaeil.com

"우리 동네를 수호하는 소방관들의 생명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3일 오후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에서 만난 양평(48) 여성의용소방대 방호부장은 "현장에서 불에 맞서는 소방관들의 모습에 반해 수년째 그들을 돕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2년부터 무태지역대에서 의용소방대 활동 중인 양평 방호부장은 중국 연변 출신이다. 그는 2004년 7월 한국에서 들어와 북구 3공단의 한 안경공장에 취직해 일하던 중 공장 대표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찾았던 무태조야동행정복지센터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며 "그동안 각종 캠페인이나 노인복지관 급식봉사, 장애인 시설 노래 봉사 등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하던 중 소방관분들의 권유로 의용소방대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에게 물이나 식사, 간식 등을 챙기는 역할을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 참석하는 정기회의부터 명절, 환절기 등 화재 위험기간이 되면 예방 캠페인도 펼친다. 양평 방호부장은 "북구 검단동 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밤새 불길이 치솟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때 고생하는 소방관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을 돕기 위해 8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온 사람이 지역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매우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며 "김남주 여성의용소방대장님을 비롯한 모든 대원들과 소방관분들에게 감사하고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23일 오후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에서 만난 양평 여성의용소방대 방호부장이 화재 현장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tong@imaeil.com
23일 오후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에서 만난 양평 여성의용소방대 방호부장이 화재 현장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tong@imaeil.com

총 20명으로 구성된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에는 양평 방호부장을 비롯한 중국출인인 우국화(38), 일본 출신 나까니시 교꼬(56), 도미나가 미까(55), 베트남 출신 유민아 대원 등 총 5명의 대원이 이주여성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대구엑스코(EXCO)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열리면 중국, 일본, 베트남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 통역사로 활약한다.

우국화 대원은 "소방엑스코가 열리면 전통의상 등을 입고 통역에 나선다"며 "중국을 대표하는 민간외교관으로 국제 박람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나끼니시 교꼬 대원은 "한국에 20년 정도 살면서 이곳에서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라며 "의용소방 활동을 하며 펼치는 다양한 봉사활동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원과 소방관들이 서변재래시장에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 제공.
23일 대구북부소방서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원과 소방관들이 서변재래시장에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무태지역대 여성의용소방대 제공.

여성의용소방대인 이들도 수년간 활동을 해오다 보니 소방관만큼이나 각종 사건, 사고에 민감하다. 도미나가 미까 대원은 "평소에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출동해서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매 순간 긴장을 하며 살아간다"며 "소방관들과 함께 지역 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며 살 수 있어 행복하다" 말했다. 이어 "큰 화재가 발생하면 동료들과 서로 더 의지하기 마련"이라며 "서문시장 4지구 화재 당시 중국에 있었는데, 소식을 접하고 한국에 돌아가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힘이 돼야겠다고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손난로를 챙겨 동료들을 만나러 갔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이끄는 김남주(50) 여성의용소방대 대장은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소방관들을 돕다 보면 '우리라도 없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가 없어선 안 될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우리 대원들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더 많은 소방관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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