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지설'(三寸之舌)은 세 치의 혀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고사성어이다. 원소의 70만 대군이 전략 실패로 조조군에게 대패하자 원소는 피를 토하고 쓰러진다. 유비는 형주유수 유표에게 의탁하기로 하고 책사 손건을 사자(使者)로 보낸다.
손건을 맞은 유표는 "자네 목을 조조에게 바치고 화친으로 형주를 지키자고 하는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손건이 말한다. "소인의 목으로 형주가 태평하다면야 기꺼이 제 목을 바치겠습니다. 그러나 소인이 조조라면 제 목을 보고 크게 웃을 것입니다. 제 목으로 형주도 못 지킬뿐더러 화만 부르지요. 유공, 제 목 하나로 강적을 둘이나 만드시렵니까?"라고 했다.
"뭐야? 또 다른 강적이 누구지? 조조 말고 또 다른 강적이라니···." 손건이 다시 말한다. "바로 저희 주공 유비이지요. 자신이 보낸 사자를 죽여 모욕을 안겨줬는데 저희 주공께서 가만히 있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유표는 "여봐라! 당장 유황숙을 형주로 모시게 하라, 내가 직접 나가 성대하게 맞이하겠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정연한 논리로 상대를 설득시킨 진정한 힘 '삼촌지설'의 긍정적 사례라 하겠다.
월남전이 끝나갈 무렵, 전쟁에 참전했던 아들이 귀국 즉시 어머니가 계시는 캘리포니아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의 기쁨은 말할 수 없었다. 빨리 오라고 보고 싶다며 어머니는 울먹였다. 수화기 너머로 아들이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 문제가 있어요. 지금 제 옆에는 전쟁에 참전했던 동료가 있는데 그는 돌아갈 집도 혈육도 없어요. 게다가 전쟁 중에 팔과 눈을 하나씩 잃었어요. 그와 우리 집에서 함께 살 수 있을까요?"
"글쎄다. 아들아, 네 마음은 안다만 며칠 정도는 가능하겠지. 어쩌면 몇 달도···그러나 평생 그럴 순 없지 않겠니? 네 마음을 이해하지만 장애인을 언제까지나 함께 데리고 살 수는 없을 거야. 괴로운 짐이란다.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할 거야." 어머니의 이 같은 답변에 아들은 무겁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 어머니 앞으로 급전(急電)이 날아들었다. 아들이 호텔 옥상에서 투신했으니 빨리 시신을 인수해 가라는···.
죽은 아들을 만나러 간 어머니는 아들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고 말았다. 팔과 눈을 하나씩 잃은 그 동료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으니. "장애인을 한두 달은 몰라도 평생 같이 살려면 괴로운 짐이 되고 여러 사람이 불편하지 않겠니?" 이 한마디가 아들을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삼촌지설의 무서움이 전율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사례다.
요즈음 정가에서 '세 치 혀'와 관련된 설화들이 회자된 바 있다. "소설을 쓰네"부터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까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저 사람,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한 게 다행이라 생각해. 검사 했더라면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았을 것 같아"라는 대목에 이르면 기가 차다 못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말이란 그 사람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같은 의미의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이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선예후학(先禮後學)이라 했다. 먼저 예를 익힌 후 학문을 논하라는 말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복이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함부로 '세 치 혀'를 놀리는 것은 국민 무시를 넘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보다 품격 있는 언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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