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일상중국] 국경절 연휴 불안한 중국

국경절 열병식
국경절 열병식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30일부터 닷새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만 올 추석 고향을 찾는 귀성객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의 추석 귀성 자제 요청에 국민들이 적극 호응함에 따라 고향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썰렁해지고 있다.

10월 1일부터 중국에서도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다. 올 국경절 연휴는 추석 연휴와 겹치면서 지난해 7일보다 하루 더 늘어난 8일짜리 '황금연휴'다. 14억 중국 인구 중 6억여 명이 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절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한 날로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한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면서 연휴의 시작을 알린다. 70주년인 지난해 국경절 행사에는 톈안먼 성루에 시진핑 주석 좌우에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이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지켜보면서 '중국 굴기'를 자랑했지만 코로나19는 중국의 위상에 큰 상처를 입혔다.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해외로 떠나는 중국인이 최소 2천여만 명에 이르고 그중 100만 명은 한국으로 왔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연휴 기간 국내 여행에 나설 것을 적극 권장하면서 방역 지침을 제시했다. 추석 귀성을 자제하라는 한국과 국내 여행을 적극 장려하는 중국. 코로나 방역에 상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두 나라가 '황금연휴'를 맞이하는 입장이 엇갈리는 게 왠지 불편하다.

전 세계가 우한(武漢)에서 발원한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수만 명이 목숨을 잃고 고통받고 '겨울 재유행'에 대비하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와중에 드러난 중국의 '코로나태평'은 작위적인 느낌마저 든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 24일 '2020년 추석 국경절 휴가여행 위생안내'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국내 여행을 권장하되 해외 여행은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여행지에서 소독제와 마스크를 지참하는 등 개인 위생을 지키라는 것이 골자다. 당국의 이 같은 방침은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여행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급 관광구 500곳 이상, 1천500곳의 입장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하고 각종 쿠폰을 발행하는 등의 여행 장려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해외로 나가고 싶더라도 2주간 격리해야 하고 귀국해서 다시 2주간 격리되기 때문에 연휴를 이용해서 해외 여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1월 우한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면서 우한봉쇄령이 전격 발동되기 전, 우한을 탈출한 우한 시민은 5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해외로 탈출, '코로나 팬데믹'의 단초가 된 바 있다.

사실 중국 통계로는 지난 7월 말 베이징 '신파디 시장발' 감염 사태 이후 매일 10여 명 안팎의 확진자만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는 2주간의 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으면서도 중국 전역을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으로 간주해서 이동과 여행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맹점은 '무증상 감염자'를 중국 당국이 '확진자'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27일 현재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는 391명에 달한다.

잘 관리되고 있는 듯한 중국의 코로나 방역이 국경절 연휴기간 무증상 감염자들을 통해 '조용하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발현되기 직전에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 전파한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다.

너나없이 고향에 가는 춘절 때와 달리 국경절 연휴에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는 것이 2000년대 이후 형성된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다. 지난해 국경절 때 국내 여행객은 7억8천여만 명. 유명 관광지마다 입장객을 통제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바가지 상혼이 판을 쳐도 난리법석인 것이 중국의 국경절 풍경이다.

8일이나 되는 기나긴 연휴기간 동안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제대국 G2가 된 중국인지라 웬만한 가정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가족 여행을 할 정도로 여유를 가지게 됐다. 코로나 방역으로 위축돼 있던 중국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여행에 나서고 있다.

국경절 연휴는 주춤했던 바이러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는 사람의 매개 없이 불가능하다.

세계적 대유행이 재개되는 마당에 맞이하게 된 중국의 국경절 연휴는 코로나19 재확산의 도화선이 될 것인가,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의 방역 성공을 확인시켜줄 것인가가 주목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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