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동 한옥마을 조성 사업 과정에서 동네 골목길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도 사라진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옥마을 공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원주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동산동 한옥마을 조성 사업에 정작 주민들 목소리가 없다"며 "거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옛 정취 살린다더니 골목과 함께 사라지는 역사적 건물?
골목길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동산동 129-2번지 일대에는 (구)건영화물 차고지도 들어서 있다. 이 차고지 역시 도로 개설 사업부지에 포함되면서 해당 건물이 허물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해당 건물 주인 C(56)씨에 따르면 이 차고지는 일제시대 은행 관사와 제재소로 사용된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상당하다. C씨는 "역사적으로 보존해야할 건물을 오히려 허문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 해당 건물은 C씨의 요청으로 문화재청이 전국단위로 실시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 조사 사업' 신청 대상자에 올려진 상태다. 대구시에 따르면 해당 건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조만간 이루어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근처 한옥 카페 일부도 사업부지에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한옥카페 관계자는 "한옥마을을 조성한다고 해서 대구시의 한옥 수리비 지원을 받고 억단위를 들여 한옥을 지었더니 이제는 도로 때문에 카페 마당 일부가 깎여 나간다고 한다"며 "이럴 거면 애초 왜 한옥을 지으라고 홍보를 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구청은 애초 사업구역이 지난 2015년 한옥보존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건물들의 보존가치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한옥지구 내 건물이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없어지는 건물과 보상현황은 확인했지만 건물의 보존가치 여부에 대해선 판단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 한옥마을 사업 원주민은 다 떠난다?
주민들은 동산동 한옥마을 조성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에도 의문을 품는다. 애초 중구청은 동산지구 한옥 소유주들이 주택을 개·보수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그럴 돈이 없다'는 것이다.
동산동 일대 근대한옥 85곳 중 노후화 주택은 35곳에 이르지만 주민 대부분이 70, 80대 노인들로 기본 억 단위가 들어가는 한옥 공사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옥보존구역인 이곳에서 한옥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할 경우 '대구시 한옥 진흥 조례'에 따라 공사비용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신축의 경우 최대 5천만원, 전면보수 4천만원, 외관보수 1천만원을 각각 지원받는데 그친다.
이곳 주민 D(77) 씨는 "죽을 때가 다 됐는데 이제와 새로 지어 뭐하겠나. 무엇보다 새로 지을 돈이 없다"며 "얼마 전에 한 분이 찾아와 나보고 집을 팔라고 했지만, 이집 판 돈으로는 갈 데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원주민들이 다 떠난 한옥마을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숙 중구 의원은 "한옥마을 조성으로 집값이 오르면 결국 원주민들이 이곳에 들어오려는 외부인에게 집을 다 팔고 떠날 것"이라며 "도심 속 옛 정취가 묻어있는 한옥마을을 만들겠다는 사업이지만 골목도 없어지고 사람도 떠나는데 옛 정취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성현 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동산동 개발에 주민도 함께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외부인에게 무턱대고 건물을 팔고 떠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먼저 이 지역 사업을 향유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주민공동체 활성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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