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사국시 허락" 의료계 요청…박탈감 느끼는 로스쿨생들

로스쿨생 "의사 국시 문제보다 로스쿨 제도 부조리 심각…정치권은 외면"
"50%대 낮은 합격률, 평생응시금지 규정…법조계와 다른 분위기 박탈감"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왼쪽부터)과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왼쪽부터)과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를 위해 사과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최근 의료계에서 벌어진 사태를 지켜본 예비 법조인들이 푸념을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와 함께 전문직의 양대 산맥인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 교수 등이 의대생들의 구제책 마련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는 반면 법조계에서는 변호사시험(변시) 응시 횟수 제한 규정 등 로스쿨생들이 가진 불만에 대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전국 2천726명의 의대생들은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지난달 8일 실시된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단체 활동을 벌였다.

이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정부가 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의료계에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졸업생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 등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로스쿨생은 "법조계 주류 세력들은 변호사를 늘리기 원하지 않고, 로스쿨 교수 상당수도 현 시스템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저조한 변시 합격률을 해결하는 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스승과 업계 선배들이 한 명의 의대생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부럽다"고 말했다.

의사 국시와 변시 합격률을 비교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90%가 넘던 의사 국시 합격률이 지난 1996년 71.8%로 떨어지자 당시 의대생들은 수업 거부 등 단체 행동을 벌였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추가 시험을 실시했다.

다른 로스쿨생은 "현재 변시는 합격률이 50%대까지 떨어졌는데, 여전히 기득권들은 합격률 통제에 혈안이 돼 있다"며 "정부 역시 의대생들의 합격률 상승 요구는 수용하면서 로스쿨은 왜 다르게 여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권 등에서 로스쿨 운영 전반의 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역 한 로스쿨생은 "로스쿨생 대부분이 학원 강의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가 의사 국시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그간 의료계에 쏟았던 관심의 일부라도 로스쿨에 쏟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달 변시에 5년간 5회의 응시 기회를 소진하면 더 이상 응시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고 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두고 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등은 최근 성명을 내고 "평생응시금지제도는 변시 응시자 수를 줄여 합격률이 높아 보이도록, 또 로스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악용된 꼼수에 불과하다"며 "교육부는 로스쿨이 고시학원이 아닌 전인적·실무적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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