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우리 군, 北통신 듣고 있었다

'사살완료' 北내부보고 실시간 감청…"대통령에 즉시 알렸어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북한의 우리 국민 학살만행 규탄 긴급의원총회'에서 "국민 사살 대통령 침묵 이것이 나라냐, 현안질문 회피하는 정부여당은 비겁하다" 등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지난 22일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당시 6시간 이상의 북한군 내부 통신 보고와 상부의 지시사항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북한군의 사살 명령과 명령 이행 사실을 대통령에게 즉시 알렸어야 하지 않느냐, 새벽에 관계장관회의까지 소집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 기능을 전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실종 공무원 A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우리 군이 확보한 감청 내용에 따르면, 서해 현장 북한군은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고, 9시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갔다.

우리 군은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군의 첩보 부대는 감청 지역을 정확히 설정하면 상대측 무선통신 내용의 최고 90%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A씨가 80m 밖에서 '대한민국 아무개'라고만 얼버무렸다는 내용의 북측 통지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측이 A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았던 정황상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비교적 뚜렷해 보였다고 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오후 9시를 넘어서였다. 북한군 상부와 현장 지휘관이 돌연 '설왕설래'했다는 것이다.

군은 북한군 내부에서 A씨를 사살했다고 보고한 사실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지만, 이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8시 30분께였다.

당국은 "조각조각 모인 첩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사살' 등의 키워드는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보다 기민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던 상황에서 터진 불상사로 판단하고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위기관리에 더 치중하느라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 해군사령부의 사살 명령 관련 감청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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