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리 국민이 총살됐는데 남북 관계 진전 계기 삼자는 정권

북한군이 대한민국 공무원을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은 형언할 수 없는 야만적 사건이다. 그러나 대통령, 관계 부처, 여권 인사들은 북한 만행에 대한 규탄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보다 북한의 해명을 최대한 수용하고 이해하려고만 하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지나치게 경도(傾倒)된 문재인 정권의 실체가 또 한 번 드러났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마저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정권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국민 생명 보호를 최우선해야 할 국가의 가장 큰 책무를 방기(放棄)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을 뿐 북한에 대해선 '규탄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지 6일 만에야 육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총살 책임은 묻지도 않고 남북 대화 재개·확대의 호기로 삼기에 급급했다. 국민 생명보다 '남북 평화 쇼'를 더 중시한다는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무원의 월북을 기정사실화하며 은근슬쩍 '공무원 탓'을 하고 나섰고, 해경도 이에 가세했다. 하지만 숨진 공무원의 형은 외신과 기자회견에서 "최소한의 조사도 없이 월북으로 단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월북 여부를 떠나 비무장한 민간인을 총살한 북한군의 만행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통일부는 공무원이 사살된 다음 날 의료 물자 대북 반출을 승인하기까지 했다.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문 정권의 대응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 국민 생명보다 정권의 보위, 남북 평화 쇼를 우선하는 태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천명한 '사람이 먼저다'는 말은 어디 갔느냐는 개탄이 나온다. 국민이 목숨을 잃었는데 아무런 대응도 못 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에 목을 매는 정권을 향해 국민 분노가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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