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민의News픽] 대통령의 '시간'…문재인은 '답'하라!

나훈아의 말뜻 '대통령은 뭐했나?'

석민 디지털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국 부국장

'북한의 표류 공무원 사살'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불황' 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다소 '씁쓸하고' 조금은 '서럽기도' 한 듯 느끼는 추석연휴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파편적으로 전해지는 각종 뉴스를 모아 전체적인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칼럼의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석민의News픽]은 그 성격상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핫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주요 정치인이 그 대상이 되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이번주 이야기를 가요계의 황제, 가황(歌皇)으로 불리는 나훈아 씨로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추석연휴를 맞은 국민들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30일 KBS 2TV가 방송한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70대에도 빛바래지 않은 그의 가창력과 쇼맨십, 무대연출을 안방에서 감상한 드문 기회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나훈아 씨가 15년 만에 안방극장 나들이를 했다고 하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겠습니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 시청률은 29.0%로 집계되었습니다. 부산에서 38.0%로 가장 높았고 대구·구미는 36.9%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30.03%로 30%대를 돌파했고, 수도권 27.2%, 광주22.4%, 대전 27.2%를 기록 했습니다.

KBS는 국민적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늘(3일) 밤 10시 30분 나훈아와 제작진의 6개월간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방송한다고 합니다. 나훈아 공연을 놓치신 분들도 오늘(3일) 방송 만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훈아 씨의 공연에 대한 평가와 호불호는 개인적 취향입니다. 개인적으로 나훈아 씨 팬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훈아 공연을 이번 주 뉴스의 화두로 삼은 것은 공연에서 보여준 나훈아 씨의 '태도'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개념' 연예인을 자처하면서 뒤로는 개인의 이익과 '돈'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온 일부 '좌파' 연예인들과는 확실히 다른 자세였습니다.

나훈아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보수로 이번 공연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나훈아 씨가 훈장을 사양한 사연을 접하면서 "이제 나훈아는 단순히 가수를 넘어 진정한 예술인의 경지에 들어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의 무게도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 데 훈장을 달면 그 무게까지 제가 어떻게 견딥니까.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고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나훈아 씨의 훈장 사양 배경 설명)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나훈아 씨는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생각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진실의 목소리를 거침 없이 드러냈습니다. KBS를 향해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마 '위정자'라는 말은 '위선의 정치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위선의 정치인' '위선의 지도자', 이 말이 가슴에 꽂힙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밤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대통령 "대단히 송구"…대체 뭐가 송구?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주가 시작하는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신변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는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북한군에 의한 표류 한국 공무원의 피살 사건에 대해 '사과' 했습니다.

사건 발생 170시간 만에 이루어진 사과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국민 사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을 분노케한 조국, 윤미향, 추미애 사건은 물론이고 부동산 대란, 무려 4차에 걸친 추경으로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 놓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과도한 정치공세탓' '투기꾼 탓' '코로나19 탓' 등 '탓~ 탓~ 탓~'을 하면서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습니다.

지존의 자리에 계신 대통령께서 그토록 꺼리던 사과의 말씀을 직접 하셨으니 국민들은 '감읍(感泣: 감격하여 흐느낌)' 할만도 합니다. 그러나 '가요계의 황제' 나훈아 씨의 멘트에서는 대통령의 사과 말씀에 별로 감읍한 느낌이 없습니다.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라는 말의 속내를 한 번 분석해 봅시다.

'역사책에도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왕이나 대통령이 없듯이, 지금의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 뭐 한 것이 있나? 대통령은 표류 중인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사살될 때까지 대체 뭘 했나? (문재인 정권이) 적페청산~ 적폐청산~ 해왔는데,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짓이 과거의 적폐와 뭐가 다른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다"라는 말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저에게는 "네(국민)가 살 길은 네(국민) 스스로 찾아라. 너(국민)를 지켜줄 나라와 대통령은 없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감읍'한 것은 국민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지문은)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탓!'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스스로 '북한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 받는 사이'라고 고백해 놓고, 군사통신선이 끊겨 '한국 국민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핑계와 변명은 너무 궁핍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 사과?"…나는 아닌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은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문구가 담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통지문'이 전달되자, '황송하고' 감읍해' 몸둘 바를 몰라했습니다. 배운 게 많고 아는 게 많아 '유식한 원죄'를 지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정은을 '계몽군주'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말한 '계몽군주'는 '개 견(犬)자' '꿈 몽(夢)자' '개꿈 꾸는 개몽군주'의 오자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범여권의 이같은 반응이 최소한의 합리적 근거를 갖기 위해서는 북한 통일전선부의 '통지문'이 '사실과 진정성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합니다.

36년 간 군생활을 한 육군 중장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통지문에서 주장한 사실들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핵심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m 파도가 치는 해상에서 동력으로 움직이는 시끄러운 북한 함정과 80m 떨어진 표류 공무원이 대화를 했다는 것' '37km를 떠내려와 기진맥진한 표류 공무원이 동력선을 따돌리고 도주하려 했다는 것' '야간에 출렁이는 배위에서 북한군이 40~50m 떨어진 표류 공무원에게 10발을 사격해 사살했다는 것(군대에서 야간사격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단 번에 알 수 있습니다.)' '단순 부유물을 태우는 데 40분이 걸렸다는 주장' 등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보낸 통지문에서 주장한 사건의 내막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사과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합리적 의혹 제기이자 질문입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다른 관점에서 북한의 통지문이 '사과문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30일 VOA(미국의소리) 방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중요한 몸짓이지만 사과는 아니다. 북한 병사가 지시·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유엔보고관은 또 "이런 발언은 끔찍한 인권 유린의 책임이 총격을 가한 당사자뿐 아니라 북한의 더 높은 권력자에게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긴박한 위협이 없는데도 민간인을 자의로 살해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에 저촉되고, 생명권에 관한 제네바협약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표류 공무원 사살의 최종 책임자는 북한의 김정은일 수밖에 없고, 북한 김정은의 이런 행동은 세계인권선언과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반인륜 범죄이자 전쟁범죄라는 것이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최종 판단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통지문이 '진정한 사과문이 아니다'라는 것을 명확히 한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김정은 자신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8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하면서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북한 통일전선부 통지문이 '김정은의 진정성이 담긴 사과 편지'가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런 편지(통지문)조차도 북한에서 책임 있는 사람에 의해 작성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북한 통지문에 대한 '사실' 확인, '진실성' 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김정은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는 문구 하나에 감읍해 황송해 하면서 '김정은 찬가'를 부르는 문재인 정권과 그 주변 인물들을 보면서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광화문 광장 주변에 집회 금지를 위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밤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나도, '미안하다. 고맙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를 찾으면서 쓴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해서 온 국민의 고개를 갸웃하게 한 일은 역사에 길이 남을 '진실의 한 페이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문재인 정권의 4대 국정철학- '거짓' '위선' '내로남불' '뻔뻔함'-을 철저히 함께 공유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모 씨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동부지검(지검장 김관정)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표류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던 바로 그 시점을 십분 활용, 28일 오후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 군 특혜휴가 의혹과 관련, 추 장관과 아들 서 씨, 보좌관 최 씨, 당시 지역대장 등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예상했던 만큼, 불기소 처분 자체는 큰 뉴스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전 국민의 시선이 '표류 공무원 피살 사건'에 집중된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추석연휴에 맞춰 공식적인 수사결과 발표가 아니라 '카톡' 발표를 한 서울동부지검의 '애완견 검찰 수사와 그 발표' 자체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국민의 눈에는 이상할 수 있지만, 검찰개혁의 성과로 완성된 '애완견 검찰'에게 '카톡 수사발표'는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군대 휴가승인도 카톡으로 할 수 있다는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카톡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뭐가 이상합니까. '비정상의 정상화',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서울동부지검은 검찰 역사에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또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수사결과 보고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 측(대검)에서 "군인의 휴가에는 휴가명령서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구두로 휴가를 가는 게 통용되면 앞으로 발생하는 혼돈은 누가 감당하느냐"는 말이 나왔고, 아직 수사가 미진하니 조사를 충분히 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서울동부지검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동부지검은 대검의 지시를 거부했고, 이에 대해 대검은 이례적으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결과 발표 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카투사 지원장교가 휴가 연장에 대해 초반 조사에서는 "내가 허락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허락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지만, 서울동부지검 조사팀은 "더 이상 조사할 것이 없다"면서 대검의 추가조사 입장을 무시했습니다. 한마디로 '멍멍이 판' 검찰의 진면목을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과정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애완견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추미애 장관은 신이 났습니다. '면죄부'는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죄가 있지만 벌을 내리지 않는다'란 의미인 줄 아는지 모르는 지 "정치공세의 성격이 짙어…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시킨 사건" "사과 없으면 후속조치에 나서겠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고,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을 정치공세화…사과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일부 국민들께서는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서울동부지검이 '무혐의'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을 처음 폭로한 '당직사병'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애완견 검찰의 수사에서도 당직사병의 진술은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처벌될 것은 아니라는 게 애완견 검찰의 판단인 것입니다.

애완견 검찰의 수사에서 또 '추미애 장관(당시 국회의원, 민주당 당대표)이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주었고, 사태의 진행과정을 보고 받은 상황이 담긴 카톡'을 확보했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국민 앞에서 무려 27번이나 "보좌관에게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난 것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자대배치 로비의혹'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로비 의혹' '추 장관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의혹' 등의 수사는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의 모습을 연출하는 추미애 장관을 보면서 분노를 넘어 '어떻게 하면 사람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애잔한 슬픔을 느낍니다.

▶"재미없는 일 생겨"…그래도 '우리는 하나다!'

표류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 잠시 '당혹한 듯' 보였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북한 통일전선부의 '통지문' 한 통을 받고 적극 공세(?)로 돌아섰습니다. 아니, '김정은의 사과 편지'로 포장 또는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의 통지문이 오기 전에도 '한 국민의 억울하고 참담한 죽음'은 그들에겐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로 더 크게 인식된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사건'을 대처하는 전형적인 수법은 '말' '언어'를 통한 프레임 짜기 입니다. 조국·추미애 사태는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박원순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 프레임으로 말장난을 벌였습니다. 이성을 갖춘 시민들에게는 이들의 말장난 프레임이 우습고 한심스럽게 보이지만 뇌가 작동하지 않는 30~40% 정도의 지지세력을 규합해 돌파구를 찾는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전략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북한에 의해 표류 중 피살된 공무원 사건에는 '화장(火葬)' '월북자' 프레임으로 북한의 잔혹성을 뒤덮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선봉에 섰습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박원순의 성폭행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고 했던 그 수법을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

이에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사건을 브리핑 하면서 '시신을 불태운 첩보'를 '화장'이라고 4번이나 언급했고,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어업지도선 선원 한명이 월북을 했다가 북측에 의해 사살된 후 화장되었다는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고 SNS에 적었습니다. 이럴 때 꼭 빠지지 않는 인물이 '어중이' 김어준입니다. 그 역시 피살 공무원의 '월북'을 언급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에 대해 '화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같은 정부·여당의 분위기는 '막가파식 대북 행동'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 의해 우리 국민이 피살 당하고 불태워지는 그 상황에서 통일부는 '대북지원'을 승인하고, 여당은 사실과 진실성이 확인 되지도 않은 '사과 통지문'이 왔다고 '대북 규탄 결의안'을 무산 시켰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북한 개별관광 촉구 결의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정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살해 당하고 불태워졌는 데 '종전' '관광' 타령이라니 정말 말문이 막힙니다. 정부·여당이 앞으로 어떤 일을 또 벌일지 '여러분이 그 어떤 것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일 것'이라는 점만은 획실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1인 시위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광화문 광장 주변에 집회 금지를 위한 펜스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파편화 한 국민이 '독재'를 부른다

국민을 우습고 가볍게 여기는 권력의 배경에는 '파편화 한 국민'이 있습니다. 분노한 국민이 아무리 그 숫자가 많더라도 서로 연결되고 결집되지 못하면 소수의 극렬 지지층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는 자칭 어용 지식인들과 언론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부동산 문제에다 '북한의 표류 공무원 사살' 사건까지 겹친 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분노한 국민이 하나로 결집하는 것'입니다. 오늘(10월 3일) 광화문 집회를 어떻게 해서든지 못하게 하려고 억지를 부린 이유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지난 7월 25일 차량 2천500대를 동원해 서울 서초구 염곡IC에서 세곡동사거리까지 5km 구간을 시속 10~20km 속도로 이동하며 '이석기 사면요구 시위' 을 했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았던 경찰이 '개천절 광화문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대해서 '강력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입니다.

경찰과 정부의 설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K-방역의 모델로 자랑하던 '드라이브 스루 검진'도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궁지에 몰린 경찰이 들고 나온 것은 '도로교통법 46조'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석기 사면요구 시위'는 왜 이에 해당하지 않았습니까.

문재인 정권의 억지에 이미 '권력에 장악된 법원'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법원이지만 고심이 깊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헌법정신이 아직은 숨이 붙어 있고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결국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시민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측 오모 씨가 서울 강동경찰서의 개천절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개천절에 신고한) 집회는 2시간 동안 9명 이내의 인원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바, 신고한 인원, 시간, 시위 방식, 경로 등에 비추어, 감염병의 확산 또는 교통 소통의 방해를 야기할 위험이 객관적으로 분명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였습니다. ▷집회 참가자의 이름·연락처·차량번호를 경찰에 제출하고 집회 시작 전 확인받을 것 ▷집회 전후로 대면 모임이나 접촉을 하지 않을 것 ▷차량에 참가자 1인만 탑승할 것 ▷집회 도중 어떤 경우에도 창문을 열거나 구호를 제창하지 않을 것 등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압력을 견디고 최소한의 헌법정신과 양심을 지킨 결정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선연휴를 맞아 도로에 줄지어 선 귀성·귀경 차량과 차 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족들, 비록 식사는 할 수 없지만 테이크아웃은 가능한 고속도로 휴게소들은 대체 무엇입니까. 광화문의 드라이브 스루 집회와 이들 귀성·귀경 차량인파의 다른점은 '반 문재인 정권 집회냐 아니냐'의 차이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법원 역시 스스로 돌아보면 '한숨'만 깊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방해와 억압 속에서 오늘 열리는 '개천절 광화문 집회'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몸과 몸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리더십만 있다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서도 강력한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파편화한 마음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 진상조사 요구 1인 시위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시간은 공공재', 文 약속지켜라!

'대한민국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표류 중에 북한군에게 사살되어 불태워진 사건'에 대해 여러 정치적 해석과 '월북자' 프레임 씌우기 등으로 인해 본질이 희석되는 점 또한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의 부수적이고 비본질적인 내용을 모두 제거하고 '확인된' 핵심만 추리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북한 해역에 표류 중이었다. 둘째, 북한군은 대한민국 민간인이 비무장 상태로 표류 중인 것을 확인했다. 세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은 무방비 상태의 대한민국 민간인을 사살했다. 네째, 북한군은 (시신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관련 흔적을 불태웠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통령 문재인'에게 묻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며 국군통수권자로서 문재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무참히 사살될 때까지, 그리고 그 후에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당대표 시절이었던 2016년 11월 24일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방문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을, 진실을 밝히지 않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 그 긴박한 사고의 순간에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사고를 챙기지 않고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대통령이 밝혀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너무나 지당하고 옳으신 말씀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일정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대통령의 시시콜콜한 사적인 일정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자 존재 이유이기도 한 '국민의 생명이 급박한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의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국민들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 본인 스스로와의 약속이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래야만 당신과 당신 지지자들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지금까지 쏟아낸 숱한 말들이 '거짓과 위선'의 언어, '내로남불' '뻔뻔한' 말장난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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