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이나 장애의 장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29일 대구 동구 송라시장 인근 태성당에서 만난 47년 차 시계수리사 장태호(61) 장인은 "그늘진 곳에서 있는 사람들을 소리 소문 없이 찾아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태호 장인은 어려운 유년 시절과 불편한 몸을 가지고도 누구보다 보람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가난했던 그의 가족이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던 그를 포항수녀원 부설 성모자애원에 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어 보육원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후 성보재활원으로 거처를 옮겼고, 2년간 시계 수리 기술을 익힌 뒤에는 자립했다. 그는 "83년에 시계 수리로 취직한 뒤 첫 월급을 성보재활원에 빵을 사갔다. 당시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됐다"라며 "이후 벌이가 나아져 지금까지도 생활비나 간식 등을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장인은 1985년 전국기능올림픽대회 시계수리부문 금메달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시계기술협회에서 인증한 시계수리명장, 대통령표창, 제2군사령관 대장 감사패, 경북도지사 표창, 자랑스러운 동구인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또 그는 목발을 짚고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롤렉스 본사 등에서도 연수 과정을 거쳤다. 그는 "시계는 단순한 시간만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추억의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와 같다"라며 "시계 수리 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고장 난 추억의 시간을 고쳐준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장 장인은 국내외를 다니며 시계 수리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또 그는 우주의 원리를 고스란히 담은 시계의 원리를 작품으로 표현해 전시회 등도 열고 있다. 그는 "빈티지 시계를 모으다 보니 시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던 중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1년 그는 대한민국 시계수리 신지식인 1호로 선정돼 그간 141명의 인재 양성에도 힘써왔다. 주로 보육원 출신이나 장애인, 취업준비생 등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장 장인은 "열심히 하면 누구든 장애와 가난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희망의 메신저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장 장인은 3명의 시계수리공을 교육하고 있다. 이날 교육을 마치고 경남 진주에서 시계수리점 개점 예정인 김선강(37) 씨는 "선생님께 시계 기술을 배우면서 긍정의 힘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전수받은 기술로 수많은 사람의 추억이 깃든 시계를 고쳐 기쁘게 하고 함께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태호 장인은 앞으로 시계 수리 교육 분야에 국가적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육원이나 특수 학교를 중심으로 기술 분야인 장애인 시계학과 등을 만들어 발전 시켜야 한다"며 "기능올림픽 등 대회도 부활 시켜 시계 산업을 발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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