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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핑계로 ‘정권 비판’ 집회만 막는 건 ‘정치 방역’일 뿐

개천절인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만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를 틀어막은 데 이어 오는 9일 한글날 집회도 차단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와 집회 건수는 12개 단체, 50건에 이른다. 경찰은 이 중 10인 이상이 모이는 것으로 신고된 집회에는 모두 금지를 통고한 상태다. 코로나 재확산 방지가 그 이유다.

이를 두고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코로나 계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울 도심 집회와 집회는 아니지만 특정 장소에 많이 모인 사람들에 대한 경찰의 대응 방식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개천절 집회에 대해서는 경찰 버스 300여 대를 동원한 총연장 4㎞짜리 차벽(車壁)을 만들어 광화문 일대 도로와 인도 사이를 차단하고, 인도 위에도 철제 바리케이드를 세워 시민 통행을 막았다. 반면 추석 연휴 기간 내내 서울대공원을 개방해 하루 평균 약 2만 명이 몰리는 것을 '방치'했다. 그리고 서울 시내 '차량 집회'는 9대 이하가 모여도 '창문을 여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서울대공원에 모인 수천 대의 차량은 그런 통제가 없었다.

기가 막히는 이중성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이 왜 모이는지 봐가며 확산하고 말고 한다는 건가? 이런 이중성은 '200대 참가'를 신고한 이번 정부 규탄 차량 시위는 불허하면서 지난 7월 차량 2천500대가 동원된 '이석기 석방 요구' 차량 집회는 허용한 데서 이미 확인됐다. 보수단체의 집회 불허는 코로나 재확산 방지를 빙자해 정권 실정 비판을 원천 봉쇄하려는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물론 전염병 확산 등 예외적 상황에서는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한은 말 그대로 '제한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문 정권의 집회 차단은 '무제한적'이다. '드라이브 스루' 시위까지 막는다.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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