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의 도심 골목, 개발보다 보존이 우선이다

지난 28일 대구 중구 동산지구의 모습. 한옥마을에 폭 4m 도로와 주차장 개설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 용역 결과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28일 대구 중구 동산지구의 모습. 한옥마을에 폭 4m 도로와 주차장 개설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 용역 결과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중구청이 동산동 일대에서 추진 중인 '대구판 한옥마을' 조성 사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전통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전통 골목들이 사라진다고 하니 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2015년 이 일대를 한옥보존구역으로 지정해 놓고도 정작 지금껏 이곳 건물들의 전통 보존 가치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니 전후 순서가 한참 뒤바뀌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는 2022년까지 동산동 130번지 일대 1만9천여㎡에 한옥마을을 조성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이 일대 노후화된 한옥을 개·보수해 골목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중구청의 복안이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중구청의 실행 계획에는 문제점이 여럿 발견된다. 특히 폭 4m 도로를 신설하고 10면 규모의 주차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의 전통 골목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전통성을 살리겠다는 사업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일대 노후 한옥 35곳의 개·보수에 드는 억 단위씩의 비용을 원주민들이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대로라면 대구판 한옥마을 조성 사업이 원주민들이 외지인들에게 집을 팔고 밀려나는 또 하나의 '젠트리피케이션' 사례가 될 수 있다. 중구청은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해서 도로 및 주차장 개설이 불가피하다고 주민 대상 설명회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하지만 그것으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대구는 골목의 도시다. 일제 수탈의 아픔과 6·25 피난 시절 및 근대 대구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골목들이 숱하며 중구에 무려 1천 개의 골목이 있다. 하지만 대구 도심에서는 골목을 보존하는 도심재생사업과 초고층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율배반적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옥마을 조성도 명실상부한 전통 보존을 추구해야지 외형만 그럴듯한 한옥 리모델링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 확실한 목표 설정과 섬세하고 면밀한 조사를 통해 도심 내 전통 골목을 보존하는 정책을 펴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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