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 정부 최소한의 도덕성도 염치도 없는 사람들"

대구경북 국회의원 설문조사…북풍·추풍, 여당 잇단 악재
정국 현안 대응 놓고 헛발질…국민의힘 지지율 정체 위기
김종인 위원장 중원·수도권 공략…대구경북 상대적으로 뒷전
당내 차기 대권후보 안 보여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을 찾은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산책을 즐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을 찾은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산책을 즐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최근 정부와 여당이 나라 운영하는 꼴을 보면 너무 답답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공허하기만 하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하는 인사들이 국정은 뒤로하고 자식 앞가림 대신 해주느라 여념이 없다. 자국민의 생명이 화급을 다투는 중임에도 정규군이 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나라에서 국방을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현 정부는 지금이 총체적 위기다. 민심은 이미 떠났다."

대구경북의 국회의원들이 이번 추석연휴 기간 시도민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은 푸념이다.

매일신문이 지나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지역 국회의원을 상대로 추석연휴 귀향활동 중 느낀 민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지역민들은 현 정부의 도덕성에 가장 크게 실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최근 여권의 모습을 보면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염치를 모르는 사람들 같다"며 "저들이 과연 그동안 뭘 믿고 보수진영을 상대로 도덕성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초선 의원들은 먹고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고충이 가슴에 와 닿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재선의원들은 이렇게 국민을 갈라놓으면 나중에 국력을 모아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업이 닥쳤을 때 너무 위험해진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여권의 헛발질에도 국민의힘 대안 정치세력 자리 못 잡아

정부와 여당이 돌발 상황과 잇따른 자책골로 민심으로부터 멀어지는 중임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의힘 정당지지율은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우리 군의 대응이 도마에 오른 이후에도 크게 상승하지 못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이 정국을 강타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른바 북풍(北風)과 추풍(秋風) 이슈가 정국의 중심에서 소용돌이칠 때 국민의힘이 이를 제대로 활용했는지는 반신반의했다. 두 정국현안에 대해 대응을 '잘했다'는 의견이 60%로 '잘 못했다'는 의견(40%)보다 많았지만 내용적으로 아쉬웠다는 반응도 많았다.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여당의 물타기 또는 꼬리 자르기 전략이 난무했지만 국민의힘이 정국주도권을 잡을 만하면 터지는 악재에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바람을 잡는 의원이 있으면 나중에 결정타를 날리는 의원도 있어야 하는데 역할분담이나 팀플레이가 좀 모자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종인 지도력, '맘에 안 들지만, 김 위원장 탓은 아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구경북은 지난 5월 김 비대위원장 취임 전부터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김 위원장은 차기 대통령선거를 위해선 당이 중원(중도층 유권자)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의 이념적 좌표를 보다 왼쪽으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

지역적으로도 당의 텃밭이 대구경북보다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이른바 폭탄을 맞는 수도권에서의 지지세 회복이 급하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아울러 사실상 당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호남을 향한 구애에도 공을 들였다.

상대적으로 대구경북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의 급격한 '좌회전 행보'에 대한 대구경북의 우려에도 김 위원장은 전혀 답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구경북이 지금은 좀 물러나 계셔 달라'는 취지의 행보만 반복하는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지역 의원들은 비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 하지만 그 같은 불만과 현재 당이 처한 지지율 정체 위기는 별개라는 반응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왔다.

응답자 가운데 55%가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다만 국민의힘 텃밭에서 보수당 당수 지도력에 대한 호응이 과반을 겨우 넘은 것을 두고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도민 국민의힘 아킬레스건, '공직후보자 기근현상' 함께 고민

시도민들은 국민의힘의 최대 약점이 공직후보자 기근현상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관심의 내용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국민의힘 당내에서 나설 차기 대권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응답이 65%를 기록했다. 지역 정치권의 지형을 고려하면 유승민 전 의원에게는 아쉬운 설문결과이고 복당을 기대하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에게는 힘이 될 만한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역 유권자들의 경우 지역 출신 대권주자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편이라 지역 출신 인사가 당내 경쟁에서 유력 주자로 떠오를 경우 지역의 지지세가 급격하게 해당 인사에게 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최대현안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선 절대다수의 의원들이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추석 민심도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였다는 전언이다.

다만 일부 의원들이 '선(先) 공감대 형성, 후(後) 행정적 뒷받침'을 주장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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