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트로트와 화상(畵像) -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최근에 대중문화에서 트로트의 부활은 BTS의 빌보드 쾌거 못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매체에서 진행하는 트로트 방송을 보면 한 순간 유행이 아닌 일상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인상이다. 이전의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은 남녀노소 모두의 음악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에서 지속성을 기대케 한다. 이전부터 우리의 정서 안에 있었지만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조명받는 트렌드다.

언택트(Untact) 시대에 화상(畵像)은 트로트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기술이 아니다. 4차 산업시대의 기술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에 비하면 첨단기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전까지 화상은 일부의 계층과 특수 용도로 사용되던 기술이었는데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화상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화상수업이나 회의에 회의적이었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가장 적극적인 업계는 교육분야다. 학교 수업 자체가 부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기존의 학교가 이제는 집과 카페 심지어 자동차와 지하철 같은 모든 공간으로 확장된 개념이 되고 있다. 연초에 처음 도입된 화상수업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지금도 개개인의 숙련도에는 편차가 있지만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두 번째로 비즈니스 업계는 주로 해외 비즈니스에 제한적 사용에서 이제는 필수가 되었다. 국내 회의도 화상을 통해서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조 수단이 본 수단이 되었다. 교육계에 비해서 자발적 필요에 의한 도입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기존 비즈니스 툴인 대면상담과 이메일과 전화와 자연스럽게 연동한다는 점에서도 강점이 있다.

화상이 극복해야 할 점도 없지 않다. 기본적으로 국내 네트워크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해외는 생각보다 인프라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많다. 국내 기준이 아닌 상대편 기준으로 소통을 시작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간과하기 쉽지만 상호 간에 협의된 시간이 중요하다. 편의성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변경, 취소하는 일은 기본 예의가 아니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철저한 시간 엄수라는 점은 언택트 시대에도 진리다.

끝으로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비디오·오디오를 온·오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음성이나 화면이 전달되는 실수가 종종 있다. 오프 상태인 줄 알고 사담을 하거나 상대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가 고스란히 상대방에 전달돼서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화상회의는 잘 활용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효과적인 소통의 수단이 되지만 잘 못하면 "아이고 이 화상아" 소리 듣기 십상이다. 화상은 언택트 시대가 부활시킨 오래된 미래다.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건 언제나 그렇듯이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자의 몫이다.

달인까지 될 필요는 없지만 일상에서 트로트를 즐기듯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도구가 되기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