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오후와 16일, 국회 의원회관을 다니며 취재원을 만나던 중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일부 취재원이 15일 오전에 있었던 같은 일을 두고 공히 힐난해서다. 그 일을 되짚어 본다.
그날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이 국회를 방문했다. 그리고 대구시 공직자와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 6명을 잇달아 만났다. 장상수 의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정부 예산안에서 빠진 현안 사업이 애초 대구시가 요구한 원안대로 확보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발걸음은 환영받지 못했다. 한 국회의원은 장 의장 면전에 "의장님, 오늘 사진 찍으러 오신 거잖아요"라고 면박을 주며 축객하는 듯했다. 한 취재원도 기자에게 "지역 발전을 위한 노력이라고 애써 이해해 보려 하지만 대구시 예산을 심의·결의하는 기관의 수장이 대구시 국비를 부탁하고 다녀서야 '집행부 2중대'라는 소리를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 이야기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격'(格)의 문제이다. 격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을 앞에서 혹은 뒤에서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 지역을 넘어 국가 전체를 살피는 국회는 어떤가. 장 의장을 꼬집을 정도의 격을 갖췄을까. 그 답은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자가 국회에 첫발을 들였던 날부터 매해 국정감사는 막말·의혹 제기만 난무했지 민생과 국정은 없었다.
시계를 가까운 1년 전으로 돌려보면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었던 이종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 감사 때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지×, 또×× 같은 ××들"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혁신처 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 너 뭐라고 이야기했어.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는 반말과 고성이 섞인 설전을 벌였다.
심지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게 "웃기고 앉았네. ×신 같은 게"라고 해 욕설 논란을 일으켰다. 이튿날에는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전날 일을 언급하며 "상임위에서 말이야. ×신이라고 하고 창피해 창피"라고 말하며 다시 막말 논란을 불렀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국정감사가 한창일 때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5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돼도 모자란데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푸념했을까.
흔히 정치를 두고 '말로 하는 행위예술'이라고 하며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고 한다. 사람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이며, 이처럼 분출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말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말을 잘 다루는 정치인에게는 "품격 있다"며 '백봉신사상'을 주는 등 높이 평가한다. 이때 '격'과 함께 쓰이는 한자 '품'(品)은 '입 구'(口) 세 개가 모인 조어이다. 말에서 인격을 알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올해 국정감사는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숨진 사건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관련 위증 논란으로 '사생결단 국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부디 여의도 정치권이 이번에는 지방의회 의장의 격을 따졌던 그대로 격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상대의 작은 허물을 거친 말로 공격하는 것은 내 인격의 천박함을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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