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월, 처음으로 글을 게재할 때 「리틀 포레스트(한국판)」에 대해 적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원본격인 일본판 "포레스트"를 통해 그 전에 미쳐 읽어 내지 못한 것들을 찾아볼까 한다.
일본 영화는 특성상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줄거리가 마구 꼬여 있는 영화는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최소한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서는 말이다. 이 영화 역시 자연의 조용한 흐름 속에서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인간이 그 속에서 녹아나는, 주인공이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그 관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가끔은 스스로 답하는 완벽한 '1인칭 관찰자 시점'을 따르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이자 동시에 관찰자이기도 한 여자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은 없다. 그냥 조용히 흘러가는 시골 마을의 계절 풍경 속에 어우러져 한 가지씩 그 철에 맞는 요리를 툭툭 던져 내고 있다. 여름에는 모두 7가지의 요리를 내 놓는다. 이 7가지 요리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요리는 조금 번거로워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요리는 이쯤이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실없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의 요리들 역시 경중의 차이 없이 함께 평행선상에 놓여 있다. 이는 아무리 간단하게 보이는 요리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우리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요리하는 자'의 노고가 숨겨져 있음을 애둘러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수고로움도 모른 체 우리는 그 요리를 가벼이 여기며 '요리를 먹는 자'로써의 만행을 누리고 있음을 꼬집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름' 요리 속에 나오는 7가지 요리
1.빵 – 습기 찬 여름날 눅눅해진 집안의 물기를 날리기 위해 덥기는 하지만 난로를 피우고 그 난로불이 아까워 빵을 굽는다. 습도와 온도가 모두 있으니 빵을 굽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2.식혜 - 죽에 누룩을 넣어 발효가 되도록 두었다가 나중에 요구르트나 이스트를 넣어 더 발효시켜서 냉장고에 두었다 마시는 음료로 우리네 식혜와는 사뭇 다르다. 영화 속에선 발효 촉진제로 이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3.수유쨈 – 어릴 적부터 신발 바닥을 빨갛게 물들이던 수유열매를 이용 해 잼을 만든다. 수유 열매의 쓰고 떫은 맛은 잼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팩틴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줌으로 두 바구니 가득 담은 열매로 작은 유리병 2개의 잼을 만들기에 충분 하다. 물론 그 사이사이 수유씨를 발라내고 체에 내리며 거품을 걷어내는 등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후 비로소 맛보는 '내가 만든 잼'을 '내가 만든 빵'에 듬뿍 올려 먹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행복이고 만족이며 사랑일 것이다. 물론 준서맘은 난로의 온기를 이용해 구운 하드 계열의 빵에 더 눈이 갔고 그래서 이번 회 차의 레시피 역시 "정통 르방 리퀴드를 이용해 가정용 오븐으로 프랑스빵 굽기-바게뜨"로 적어 볼 요량이다.

4.우스타 소스 – 여자 주인공의 엄마는 항상 대부분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시는 것은 물론 소스 역시 집에서 만든 것을 사용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슈퍼마켓에서 '우스타 소스'가 진열대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조금 더 과장한다면 엄마에 대한 그동안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맛에 있어서도, 그리고 들어가는 첨가물에 있어서도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것과는 조금이라고 하기에는 넘칠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에 더 큰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리운 엄마의 우스타 소스를 만들어 먹는다, 완전하지 않는 기억에 의존하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 한 스푼 채워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우스타 소스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헤이즐럿을 갈아 만든 누텔라 역시 같은 과정을 겪으며 같은 기억과 추억을 소환한다.

5.멍울풀 – 멍울풀? 멍울풀이 뭘까? 세계인의 백과사전, 인터넷을 십분 활용해 보면 <멍울풀은 산지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국내에는 속리산 복천암과 제주도에 분포하며, 몽울풀로도 불린다. 국외로는 일본에 분포한다. 줄기는 한쪽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높이 10~25cm,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며 도란상 타원형이다. 꽃은 8~9월에 핀다>라고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 외에 이것이 요리 재료로 쓰인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몇 군데를 뒤져봐도 보이지 않았다. 여하튼 주인공에겐 입맛 없는 여름밤, 최고의 밥반찬이라니 아마도 시원하고 상큼한 향이 나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 본다.
6.곤들매기 – 다시 한 번 인터넷을 뒤져 본다. <곤들매기(Salvelinus malma)는 연어과에 속하는 어류의 일종으로, 특히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지역의 냉대 기후에서 많은 수가 서식한다. 민물고기로 분류되지만 연어·송어와 같이 바다에서 성장한 후 강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는 소하성(遡河性) 어종이다. 일부 개체는

호수나 강에서 한살이를 마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완전한 민물고기로 분류되니 여러 가지 조리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주로 민물고기를 이용해 만드는 어죽이나 모리국수 등에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본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은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한 경건함, 노동을 통한 보상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를 만들어 본다.
7. 토마토 스파게티 – 엄밀하게 말하면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기 위한 방울토마토 병조림. 제자리에서 빨갛게 완숙된 방울토마토 한 알 한 알을 조심히 따서는 칼로 선을 그은 뒤 끓는 물에 잠시 굴렸다 냉수에 담궈 질깃한 기분 나쁜 식감을 내는 방울토마토의 껍질을 벗겨내 건들면 터질 것만 같은 속살만을 가진 빨간 방울토마토를 병조림으로 만들어 여자주인공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냉장고 속 토마토 통조림을 아무도 보는 이 없건만 마치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조심조심 꺼내 작은 스픈으로 한 알 입 속으로 넣었을 때 그녀가 느끼는 행복감은 상상불가의 감동으로 나에게까지 전해진다.

◆ 정당한 노동을 통한 최선의 요리
그리고 그 뒤로도 가을 겨울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고구마와 토란, 밤 등을 이용한 요리들이 등장하는 가을편이 이어 나온다.
주인공은 정당한 노동을 통해 소중한 음식의 재료를 얻고 그 재료들로 자신의 최선을 다해 요리를 만들며 이쁘게 차려진 요리를 행복한 얼굴로 옅은 미소를 띄며 하나씩 음미한다. 이렇게 요리의 재료를 만드는 처음 과정부터 함께하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힘들여 마지막까지 그 결과물로 요리의 재료를 얻는다. 누군가에게는 보잘 것 없으며 시간 낭비이며 노동력 낭비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이러한 일련의 모든 과정을 통해서야만 비로소 '음식'이라는 것이 올곧이 내 것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내 모든 정성을 다 해 거둬 드린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면 그것들을 함부로 다룰 일도 없을 것이며, 지나치게 많은 양을 만들어 나의 노동의 대가를 허사로 만들 일도 없어야 하며 또한 자신이 기른 육류 섭취를 위한 동물과 같은 식재료는 내가 노동한 것에 대비해 반드시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기에 음식 재료를 함부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한다.

계절은 흘러간다. 누군가가 시계추를 빨리 돌리건 늦게 돌리건 그건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계절은 그저 자신의 시간에 맞춰 흘러 갈 뿐이다. 커다란 대우주에 속해 있는 미물로 태어나 노동의 가치를 알고 맛있는 음식을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분에 차고 넘치는 호사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음식들 중에,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프랑스식 하드 브레드, 그 중에서도 오늘은 '가정용 오븐으로 집에서 굽는 바게뜨'를 구워 볼까 한다. 아무리 맛있는 잼이 있어도 빵이 맛이 없으면 허사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한다. 가정용 오븐으로 프랑스빵, 그것도 바게뜨 굽는 것인 가능하기나 하냐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다거나 쉽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시고 끊임없는 연습을 거치신 뒤에야 원하시는 결과물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베이킹 스튜디오 <쿠키공장by준서맘> 원장
◆잡곡 바게뜨 레시피
1. 재료
T55: 450g, 유기농 통밀: 50g, 물: 375g, 르방 리퀴드: 120g
천일염: 6g, 이스트: 3g
충전물: 멀티그레인: 45g
2. 만들기

① 르방 리퀴드는 사용 한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 두기

② 큰 볼에 T55, 유기농 통밀, 물, 멀티그레인을 모두 넣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어 준 뒤, 랩을 덮어 온도와 습도를 맞춰 1시간 동안 오톨리즈 한 시간 가지기

③ 오톨리즈 한 시간 뒤 미리 꺼내 둔 르방 리퀴드에 천일염과 이스트를 잘 풀어
밀가루 반죽에 넣고 잘 섞기
④ 반죽을 1/2 쿠키팬에 쏟고 30분 간격으로 냉장실을 오가며 4절 접기 3~4회
⑤ 반죽에 탄력이 생기면 꼼곰하게 랩을 덮고 하룻밤 1차 냉장 발효
⑥ 다음날 빵빵하게 발효된 반죽은 실온에 꺼내 그 상태로 20분 냉기 빼기 후 240g으로
사각 분할, 길쭉한 모양으로성형, 벤치 타임 20분

⑦ 바게뜨 성형: 큰 기포만 살짝 빼는 식으로 가운데는 통통하고 양쪽 끝은 뾰족하게
성형, 덧가루를 충분히 뿌린 캔버스 천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우리 부분이 위로
향하게 놓기, 40분 2차 발효

⑧ 2차 발효가 끝나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해 실리콘 페이퍼에 올려놓은 뒤,
면도칼로 쿠프 넣기. 쿠프는 얇고 깊게 포 뜨듯이 쿠프를 넣는 것이 중요

⑨ 스팀 스톤과 동판을 함께 넣어 250℃로 30분 이상 예열된 오븐에 예열 시킨 뒤,
화상에 조심하며 반죽을 실리콘 페이퍼 채로 동판 위로 올려 20~23분 정도 구워 주기
⑩ 오븐에서 금방 꺼낸 바게뜨는 식힘망 위에 올리고 바게뜨가 식을 까지 '바사삭' 하면서
옅게 나는 소리를 들어 보기. 그 소리가 안 들리면 덜 구워진 것임. 한 김 식힌 후 잘라
불규칙한 내상이 잘 나왔는지 확인하기
⑪ 완전히 식은 후 종이 봉투에 넣어서 포장하기

◆준서맘의 팁
바게뜨는 양끝이 뾰족한 것과 동그란 모양 두 가지가 있어요.
뾰족한 것은 수작업을 의미하구요, 동그란 모양은 공장제 작업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앞으로 프랑스에서 바게뜨 고르실 때 때 참고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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