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임신 14주 까지는 낙태 가능 법안 예고…사실상 허용

올해 말까지 법안 개정 기한인데…낙태찬·반단체 둘다 개정안 불만↑
사실상 낙태 허용, 생명 경시 VS 낙태죄는 왜 남겨두나, 완전 폐지해야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여성계·시민사회단체에서도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개정안이 사실상 낙태 허용이라는 의견과 함께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는 것.

법무부 등 정부는 7일 오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헌재는 당시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부의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임신 14주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간이다. 입법예고안은 추가로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계와 시민단체 등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낙태 허용 기간을 14주로 제한한다는 입장임에도 '사실상 전면 낙태 허용'이라는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다. 입법 예고 준비 과정에서 정부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져, 실제 법 시행이 이뤄지기까지 사회적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송혜정(전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 케이프로라이프 상임대표는 "단편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낙태가 허용되면 배우자나 성관계 파트너, 파트너의 부모, 나의 부모가 '그냥 낙태하라'고 하는 사례들도 분명히 나온다"며 "이 경우 오히려 여성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반박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낙태 시기는 6.4주고 8주 이하가 84%, 12주 이하는 95.3%다. 낙태가 비교적 안전한 시기는 임신 8주 이내다. 그 뒤로는 2주마다 모성 사망 위험도가 2배씩 증가하므로 합병증 위험을 낮추려면 초기에 해야 한다. 또 10주부터는 염색체 검사로 성 감별이 가능하다.

송 대표는 "임신을 한 지 최소한 10주 이상 넘어가면 (낙태 허용의) 의미가 없다"며 "사실상 전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고 아이들을 다 죽이자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성계는 낙태죄 처벌 조항의 완전한 삭제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입법 예고안 그 자체에 전면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개정안에 예외조항이 들어갔다 해도 현재 형법에 처벌 사유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분명한 후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기구에서도 계속 규제조항 폐지를 요구하고 권고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 국제적으로도 시대의 후퇴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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