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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언택트 혐오’를 두려워해야 할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매일신문DB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매일신문DB
박상전 정치부 차장
박상전 정치부 차장

한 천문학자와의 대화에서 지구는 '별'이 아니라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별(star)은 스스로 빚을 내기 때문에 태양은 별이 될 수 있지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은 모두 행성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은하계엔 태양 같은 별의 개수만 약 4천억~5천억 개에 이른다. 이런 은하계는 또 1천억 개 이상 관측된다. '관측'은 우주에 쏘아 올린 허블망원경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현재까지 유추한 별의 개수는 어디까지나 인류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계산돼 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 이후로 정설이 된 우주 팽창론을 대입하면, 우주는 계속 커지고 있어 실제 우주 속 별의 개수는 짐작조차 어렵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다 대화의 소재는 갑자기 '우주의 기운'이란 단어가 포함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 이르렀다. 우주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벅찰 지경인데 무속신앙에서 사용할 법한 기운(氣運)이라는 말까지 도용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말은 극도로 정제되고 명료하면서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5년 전 어린이날 처음 등장한 '우주의 기운'이라는 단어는 국회 연설문에까지 등장했다. 실소를 금치 않았던 당시 야권은 '청와대 1천200만원짜리 굿판'과 '오방색' 논란을 연이어 제기한 뒤, 태블릿 PC를 정점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우주의 기운'이란 단어 사용이 어쩌면 탄핵의 시발점이 됐을지도 모른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태에서 드러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잃어버린 47시간'은 뒤로하고, 사건 7일 후에야 처음으로 '애도'를 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매우 이례적"이라고 추켜세워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할지를 놓고 국민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아들의 '황제 병역'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무려 27번이나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오히려 자신을 음해한 세력을 상대로 고소한다고 하니 국민은 또 '세상이 어찌 돌아가냐'고 반문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언변도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호화 요트 구입차 남편이 출국한 사실이 도마에 오르자, 국회에서 "그 사람(남편)이 내 말 들을 사람도 아니고요"라며 갑자기 개인사를 들먹였다. 장관으로서 공적 답변을 요구하던 국회의원과 이를 지켜보던 국민은 기가 찼을 법하다. 강 장관은 자신의 취임을 위해 구입한 해외 귀국 비행기표 등을 이례적으로 국고에서 사용하는 등 공적 업무를 강조했던 인물이다.

정인호 박사는 그의 저서 '언택트 심리학'에서 코로나 때문에 '집단 혐오'가 발생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사회와 격리되면서 특정인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심적 불안을 해소하려 든다는 것이다.

여권은 이 같은 사회적 트렌드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혐오 증상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광화문의 차벽과 골수 지지자의 방어막도 더 이상 소용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지난 2월 신천지 성도 집단감염 이후 집단 혐오의 대상이 됐던 대구경북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특유의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인내해 왔으나, 영문 모른 채 '봉쇄령'까지 감내했던 이들이 분노할 경우 그 강도와 휘발성은 타 지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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