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이동과 교역이 전 세계적으로 제약당한 것은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일 것이다. 3차 세계대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은 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국제전과는 양상이 다르며 코로나19가 방역을 넘어 경제문제까지 그 전선이 넓어졌다는 점은 뼈아프다.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잡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백신 개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대한 갈망은 더 높아만 간다. 또한, 코로나가 만들어낸 만성적 피로감은 쌓일 대로 쌓여, 사회적 분노는 물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심리마저 표출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일상화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일상생활의 무기력과 사회적 관계 결여에서 오는 고립감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 뉴스를 보면, '코로나 블루'로 인한 자살예방 상담 건수가 대폭 늘었다고 하는데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파생될까 걱정이다.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할 경우 발생된다고 한다. 세로토닌을 높이는 방법에는 운동, 약물치료, 식이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기운을 북돋고 행복감을 일으키는 일들을 많이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는 의학적 우울증은 물론, 코로나 블루를 더욱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듯하다. 방역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논외로 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 안에서 우리 사회의 모순들과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마주쳐야만 하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가 확산되어도 생계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끝까지 버틸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그 자체이며, 앞에서는 '개념 진보'나 '개혁 보수'를 자처하지만 뒤로는 자기 이익의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내로남불 끝판왕들의 민낯을 볼 때면 너무 기가 차서 '막장패륜 드라마'마저 시시하게 만들어 버렸다. 또한, 부동산 양극화 문제, 취업·입시 등에 관한 공정문제, 관피아 등 낙하산 문제 등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들은 코로나 블루를 더욱 더 확산시키는 주범이 된 듯하다.
공부가 전혀 안된 정치인들의 뜬금포(?)같은 정책이나 법안들, 아첨과 막말로 생명을 이어가는 어용 지식인들의 행태는 국민적 공분과 화병 확산을 부채질을 하고 있으며 민방위복과 재난문자만 보인다는 관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점점 커져만 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은 코로나 블루의 절정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역할을 다 했는지, 지금은 다하고 있는지,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 한지 37일 만에 일어난 일이라 국민적 충격은 매우 클 거 같다.
언어가 의식과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던가!
코로나 이후, 금지·격리·명령·정지 등의 용어가 일상화되면서 국민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더 메마르게 되었고, 기본권 인권에 대한 향유권을 무뎌지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특히 최근 집회의 자유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참새를 잡는데 대포를 쏴서는 안 된다"라는 경찰비례의 원칙을 되새겨 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보이는 사회적 병폐, 그리고 국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와 갈등들이 코로나 블루를 넘어 나라 전체를 우울하게 만드는 '코리아 블루'(KOREA BLUE)로 확산될 까 걱정이 든다. 물론 기우(杞憂)였으면 좋겠다. 이런 와중에, 가황 나훈아의 콘서트는 가뭄에 단비처럼 많은 국민들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었다. 특히 그의 소신 발언은 목숨 걸고 이의를 제기하고 국민을 위해 대신 분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 및 장·차관 등 고위관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으며, 기존에 많은 사회적 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며 '개념연예인'을 자처했던 자들의 침묵에 대해 경종을 울렸을 거라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이 '코로나 패닉(Panic)'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만 하고 '코로나 블루'가 나라 전체를 우울하게 만드는 '코리아 블루'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코로나19 증상자보다 무증상자가 더 위험하듯, 우울증도 무증상자나 잠재적 위험자가 더 위험하다고 본다. 우울증을 방지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세로토닌이 필요하듯이, 이제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국민을 위한 세로토닌'을 생산해 내야만 한다.
국가가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 실패해도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확신, 국가는 결코 국민을 버리지 않는다는 신념…. 이런 것들이 '국민을 위한 세로토닌'이 아닐까?
세계인들은 우리나라를 코리아(KOREA)라고 부른다.
코리아의 어원은 고려(高麗)에서 왔다고 한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고려(高麗)는 '높고 화려한 나라'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높고 화려한 나라, 코리아의 부활을 믿고 싶다. 가황 나훈아가 외친 것처럼, 오천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하나 되어 다시 '대한민국 어게인!'이라고 외칠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상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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