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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3억원 대주주 양도세 논란

'3억원 대주주' 양도소득세 논란을 보면 현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며 여론 반대가 극심한데도 정부는 조세 형평성 차원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시장에 대한 경직된 사고와 '부자 증세'에 대한 고질적 집착, 관료주의적 오기가 복합적으로 읽힌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춰도 대상자가 2만 명 미만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겐 피해가 없다는 시각인데 이런 단견도 없다. 유가증권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투자자 총평가액만 300조원대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이 가운데 일부만 매도 물량으로 나와도 국내 증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대폭락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그 피해는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정책은 양도세 회피 심리로 매년 연말 연례적으로 출회되는 개인 매도 물량을 저가에 쓸어담을 수 있도록 해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의 배만 불려줄 공산도 있다. 강남의 30평대 집값이 10억~20억원을 웃도는 요즘에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0.000086%만 보유해도 대주주로 간주돼 세금 폭탄을 맞는 것이 논리적으로 온당한가. 더구나 주식 장기투자를 유도해도 모자랄 판에 단기매매를 부추기고, 증시 이탈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련 기사에 어느 관료가 "3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세금 낼 여력이 있다"고 한 코멘트는 말문마저 막히게 만든다. 정부가 그냥 세금을 매기면 국민은 군말 말고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도 이 정책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과세 대상자가 2만 명도 안 되는 이 정책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달 만에 20만 명을 돌파하고 여야 모두가 한목소리로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를 정부는 곰곰이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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