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한글날을 맞아'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기리면서, 경찰이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에 설치한 '차벽'(경찰버스 등 차를 이용해 임시로 만든 벽)도 언급, 정부와 여당을 함께 비판했다.
광화문은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해 있는 곳이다.
이날 논평에서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오늘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통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이기도 하다"고 설명한 후 세종대왕을 두고 '소통대왕'이라고 규정했다.
그 이유로 배준영 대변인은 "한글을 만들어 소통하게 했다. 누구나 한글만 배우면 서로 뜻이 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식을 나누게 했다. 우민화 정책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여느 왕들과 달랐다. 권력에 앞서는 권위가 있기에 가능했다"면서 "신문고를 만들어 소통하게 했다. 한 노비가 광화문의 종루에서 종을 울렸다. 어떤 관헌들이 노비가 신문고를 못 치게 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그 관헌들을 파직시켰다.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극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세종대왕에게 오늘은 꽉 막힌 날이 될 듯하다"며 "오늘 세종로라 이름 붙여진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동상)은 한나절 내내 울타리와 차벽에 갇혀 지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늘이 열린 지난 개천절에도 1만585개의 울타리와 537대의 경찰버스 차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공권력이 살아있는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개천절에 이어 오늘 한글날에도 비슷한 수준의 경찰력과 경찰버스 등을 광화문에 투입한 상황이다.
배준영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오늘도 광화문에 안 간다.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 그런데,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탄압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연휴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다른 곳에 대한 대책 정도는 밝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관헌(관직에 있는 사람)들도 살피기 바란다"며 "민주당 일각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빼앗는 법안을 냈다. 재난 복구가 필요하면 원칙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재난 예방이 긴급할 경우 강제 퇴거 명령을 하고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요청을 거부하면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준영 대변인은 "이제 신문고를 찢고 광화문의 종도 깨겠다는 것인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아예 차단하겠다고 하는 위험한 반헌법적 억지"라고 주장하면서 "권위가 있으면 권력은 따른다. 정부는 조바심 내지 말고 소통을 통해 먼저 권위를 획득하기 바란다. 아무쪼록 세종대왕의 소통 의지를 되새겨보는 하루가 되길 희망한다"고 논평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한글날을 맞아'
오늘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통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은 '소통대왕'이었다.
한글을 만들어 소통하게 했다. 누구나 한글만 배우면 서로 뜻이 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식을 나누게 했다. 우민화 정책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여느 왕들과 달랐다. 권력에 앞서는 권위가 있기에 가능했다.
신문고를 만들어 소통하게 했다. 한 노비가 광화문의 종루에서 종을 울렸다. 어떤 관헌들이 노비가 신문고를 못치게 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그 관헌들을 파직시켰다.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극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처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세종대왕에게 오늘은 꽉 막힌 날이 될 듯하다. 오늘 세종로라 이름 붙여진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동상)은 한나절 내내 울타리와 차벽에 갇혀 지낼 것이다. 하늘이 열린 지난 개천절에도 10,585개의 울타리와 537대의 경찰버스 차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공권력이 살아있는 하루였다.
국민의힘은 오늘도 광화문에 안 간다.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 그런데,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탄압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연휴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다른 곳에 대한 대책 정도는 밝혀야 할 것이다.
관헌들도 살피기 바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빼앗는 법안을 냈다. 재난 복구가 필요하면 원칙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재난 예방이 긴급할 경우 강제 퇴거 명령을 하고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요청을 거부하면 처벌한다.
이제 신문고를 찢고 광화문의 종도 깨겠다는 것인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아예 차단하겠다고 하는 위험한 반헌법적 억지다.
권위가 있으면 권력은 따른다. 정부는 조바심 내지 말고 소통을 통해 먼저 권위를 획득하기 바란다. 아무쪼록 세종대왕의 소통의지를 되새겨보는 하루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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