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지역 내 주거용 건축물 용적률을 400%로 제한한다는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찬·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그간 개정안을 강력히 반대해온 대구 중구청에 이어 다른 자치구로도 반발이 번지고 있지만 시는 조례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대구시의회 심의 통과도 턱밑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는 12일 예정된 개정안 개정안 심의 통과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변천사 '주상복합 허용→불허'
이번 대구시 조례 개정안은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축물에 적용하던 용도용적제를 폐지하고 주거용 건축물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400%로 상한한다. 또 주거용 오피스텔 등 준주택의 용도 역시 기존 비주거용에서 주거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용도용적제는 주거복합건축물을 지을 경우 주거용도 시설 비율에 따라 용적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주거용 시설에 가까운 오피스텔이 그동안 비주거용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때도 오피스텔만 포함하면 용도용적제에 의해 손쉽게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해당 제도는 2003년에 도입됐다. 대구시가 당시 도심공동화를 방지하고자 직주근접 방식의 개발을 허용한 것. 이에 따라 2003년부터 현재까지 상업지역에서는 주거시설의 연면적비에 따라 용적률을 600~1천30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축물의 평균 용적율은 682%로 제 3종 일반주거지역의 상한 용적률인 250%의 2.6배에 달한다.
문제는 17년간 용도용적제가 유지하면서 상업지역 내 주거용 고층 건물이 급격히 늘어난 것. (중심)상업지역은 원래 상업 업무기능을 집중 배치해 도시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정된 구역이다. 시 면적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곳으로 대구에서는 범어네거리, 죽전네거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대구시내 용도지역 883.5㎢ 중 중심상업지역은 0.8%(6.9㎢)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구시내 주택건설사업 추진 현황을 분석해보면 지난 7월 기준 사업 승인을 받은 151곳의 아파트 건설현장 가운데 31곳이 중심상업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전체의 0.8%에 불과한 부지에 아파트 건설현장의 20.5%가 집중된 셈이다.
이를 두고 대구지역 한 건설업체는 시 조례 개정은 사실상 더 이상 상업지 내 주상복합건축물을 짓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업체 관계자는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 건축물은 역세권, 생활편의 등 장점이 많다. 몇년 간 가격대가 올라가도 분양만 하면 완판이었다"며 "작은 땅을 이용해도 고층으로 건설이 가능하고 수요도 많아서 지주들에게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주고서도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적률 400% 상한은 사업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중층 건물로 지어서는 이 곳의 막대한 땅값을 충당하기 어렵다. 상업지역 내 땅이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지주들의 재산가치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햇빛 들어올 틈도 없이 고층 아파트 빽빽…일조·조망 민원도 봇물
상업지역이 주거지역과 달리 일조권·조망권 등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높은 용적률을 이용한 고층 주거복합 건축물의 집중 건립이 상업지역을 점차 주거지역화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 실제로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섰거나 건설이 막 시작된 지역은 기존 주민·상인들과 갈등을 빚는 곳이 부지기수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축물 건축 문제로 최근 3년간 시에 공식 접수된 민원만 1천275건에 달한다. 이중 일조권 침해가 976건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했고 도로교통(198건), 공사장 관리(101건) 순이었다.
시는 난립하는 주상복합 건축물이 주민들의 일조·조망권 침해 등 정주여건 악화, 교통난 심화, 학교 등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주거 및 도시환경을 크게 해친다고 보고 있다.
시는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앞으로 상업시설의 수요가 많은 곳은 고층·고밀 개발을 허용하고, 상대적으로 주거지역 인근 상업지역 등은 해당 상업시설 수요에 맞는 개발이 이뤄져 각 토지의 입지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높이 및 밀도를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기자간담회를 연 홍의락 대구 경제부시장 역시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홍 부시장은 "대구의 주택 공급 과잉 문제는 늦었지만 관리해야 한다"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 "막대한 재산권 침해" 중구 반발↑ 타 구로도 번져
앞서 개정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도심 상업지역 재건축·재개발 등을 추진하는 지주와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제시와 철회 촉구가 쏟아졌다. 대구 중구가 처음부터 거센 반발을 한 것에 이어 최근 서구와 수성구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상업지가 전체 용도지역의 44.2%를 차지하는 대구 중구청은 류규하 구청장, 권경숙 중구의회 의장까지 나서서 조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대구 도심 빌딩에 입주할 업체가 없어 공실이 많은 가운데 주상복합 건축물 용적률 마저 제한하면 건축 경기 불황, 도심 슬럼화를 유발한다는 것.
권경숙 중구의회 의장과 중구 주민자치위원 등으로 구성한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개정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개정안이 중구 지가를 낮추고 인구 감소,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소할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 구청장은 "중구는 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어서라도 사람이 들어와야 낙후한 지역을 되살릴 수 있는 만큼 용적률 400% 제한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구는 지난달부터 시 조례 개정 철회 촉구 결의문,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대구시청·시의회 면담 등 전방위적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추진이 활발한 서구지역 주민도 조례 개정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주한 서구의회 부의장은 내당삼익맨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삼익 비대위)와 함께 지난 7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경제를 망치고 서구 발전을 가로막을 이번 조례 개정 추진에 결사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례 개정안은 서구 서민들의 불량·노후 주택 개발에 대한 희망을 처참히 짓밟는 행위"라며 "특히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돼 있는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만 인정한다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될 언택트 시대를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삼익 비대위(총 4동 503가구) 거주민 가운데 88.7%는 조례 개정 반대에 한 뜻을 모아 개정 조례안 조문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담은 의견서를 대구시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성구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역시 조례 개정 반대를 촉구했다. 이 추진위 관계자는 "조례 개정 소식은 미래 재건축·재개발을 꿈꾸고 들어온 집주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다"며 "이미 상업지역 땅값에 재건축 호재까지 다 반영이 돼 시장가격이 형성됐는데 갑자기 시에서 재건축을 못하게 하는 것은 엄연한 재산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구시의회 통과 여부 초미의 관심사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는 오는 12일 안건 심사에서 조례 개정안을 다룰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16일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 시 시행에 들어간다.
앞서 대구시가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개정안 입법 예고와 함께 시민 의견을 접수한 결과 180여건 중 찬성 의견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대부분 반대 의견이었다.
대구시의회는 조례안 심사 유보를 고려 중인 것으로 까지 알려졌다.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지지만 시는 조례 개정안 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절충안 찾기가 어렵다는 것. 아울러 시의회 내부에서도 조례안 개정에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수 대구시의장은 "시민들의 반론 제기가 많고 민원도 많이 야기되다보니 심도있는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개정안 수정에 시간적 여유도 없는 만큼 대안을 두고 다방면으로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조례안 심사 유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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