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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소홀·겸직에도 월급 ‘꼬박꼬박’…대구시립예술단 ‘도마 위’

일부 단원 오전 2, 3시간 근무 후 퇴근…2019년 36명, 강사·겸임교수 활동
대구시, 문화예술회관·콘서트하우스에 6개 시립예술단 운영
운영비 197억 중 90%에 해당하는 176억원이 인건비

대구시립예술단 6개 단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합창단, 대구시립국악단, 대구시립무용단, 대구시립극단,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매일신문DB
대구시립예술단 6개 단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 대구시립합창단, 대구시립국악단, 대구시립무용단, 대구시립극단,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매일신문DB

대구시립예술단의 부실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단원들의 규율 해이는 도를 넘었고, 많은 예산에 비해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다. 대구시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예술단 규모·기획예산 불균형 심각

현재 대구시는 문화예술회관과 콘서트하우스에 6개 시립예술단(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국악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단은 감독과 트레이너, 단원(교향악단 120명, 합창단 70명, 국악단 85명, 무용단 45명, 극단 20명, 소년소녀합창단 70명), 사무원 등 총 35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구시는 이들 기관(문화회관 216억, 콘서트하우스 210억원)에 매년 4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197억원이 시립예술단 운영비(문예회관 95억, 콘서트하우스 102억)이다.

운영비 197억 중 90%에 해당하는 176억원이 인건비(문예회관 81억원, 콘서트하우스 95억원)이다. 따라서 예술단 운영비에서 인건비를 빼면 예술단의 기획에 들어가는 비용은 21억원(문예회관 14억원, 콘서트하우스 7억원)에 불과하다. 시민 김정수(43) 씨는 "이 예산으로 양질의 예술을 창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예술단원 규모에 비해 기획예산 규모가 너무 적어 양질의 예술작품을 창출하기 어렵고, 전체 예술단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 단원 고령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 저하

단원 고령화도 심각하다. 교향악단과 합창단 중 31호봉 이상은 현재 30명이며 20호봉 이상은 전체 인원의 72%인 112명에 달한다. 반면 12호봉 이하는 23명뿐이며 4호봉 이하는 한 명도 없다. 연령대별로 균형잡힌 인적구조가 아니어서 예술단 운영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교향악단과 합창단은 1인당 연 평균 5천500만원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립예술단 활동 역시 미약하다. 합창단의 경우 지난해 30회 활동했는데, 그 중 12회는 찾아가는 음악회로 음악회당 10명 정도가 참여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6월 기준 단 5회 활동했으며, 이중 정기연주회는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박정희(49) 씨는 "시립예술단이야말로 철밥통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혹평했다.

◆ 근무 소홀하고 겸직해도 월급은 꼬박꼬박

시립예술단 단원들의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도 문제다.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았으며, 겸직하는 단원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립예술단 복무규정에 따르면 '주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도록 돼 있으나 일부 단원은 오전 2, 3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출근하지 않고도 출근한 것으로 근무상황부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도 대구시의회를 통해 확인됐다.

시립예술단원의 외부 겸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술단 복규규정에 따르면 단장인 행정부시장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외부 겸직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단원들은 대학, 초중고, 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사 및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39명, 2018년 37명, 2019년 36명이었으며, 한 단원은 6개 학교에 출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강하는 지역도 대구를 벗어나 울산, 창원, 안동, 구미, 왜관 등이었다. 단원이 외부 강의를 나가고 겸직을 해도 예술단 운영에 문제가 없다면 단원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태원 대구시의원은 "지금의 대구시립예술단 문제를 개선 없이 계속 운영하게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의 혈세만 낭비되고 시민의 문화향유 증대나 지역문화발전은 정체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단원 실기평정 형식적· 수준미달도 해촉 못해

2년마다 실기평정을 실시하도록 돼 있지만 평가는 형식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량이 떨어지거나 수준 미달이라도 평정을 통해 해촉할 수 없으니 자리가 나지 않아 신규 단원을 뽑을 수도 없다. 대구시 관계자도 "기간제법과 고령자 고용법에 따라 2년 이상 고용시 무기계약직이 되며 정년이 보장되고 있어 해촉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궁여지책으로 대구시는 명예퇴직제를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신청자가 드물어 무용지물에 가깝다. 대구시 관계자는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서는 현재로는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립예술단에 대한 지역 문화계의 박탈감은 심각하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지역 예술인들은 지원 사업 하나라도 따보려고 갖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시립단원들은 출근을 하지 않고 연주회를 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니 철밥통이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문화계 관계자는 "예술단 단원은 다른 예술인에 비해 '예술단 프리미엄'이 붙어 레슨비가 엄청 높다. 특히 입시철에는 입시생 레슨이 몰려 억 단위의 수입을 올린다는 얘기도 있다"며 "그러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예술단이 되고 싶어하는데 자리는 한정적"이라고 비판했다.

◆ "상임 단원제 폐지, 작품별 인원 선발" 주장도

음악계 전문가들은 시립예술단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재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화계 한 관계자는 "대구시는 단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단원들도 혈세의 무서움과 시민의 엄중한 시선을 의식한 가운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단원 충원을 미루고 최소 인원만 남기고 객원 단원으로 채워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술단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 프로젝트별로 오디션 등을 통해 공연, 작품마다 인원을 선발해서 쓰는 방법이다. 올해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에 맞춰 프로젝트성 연주단체로 결성한 'WOS 비르투오소 챔버 오케스트라'가 좋은 반응을 거뒀다.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시립예술단이라는 인기와 평판을 확보한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상임단원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구 지역 음악대, 무용대, 연기과 등을 통해 지역에 젊은 예술인이 계속 배출되고 있는 만큼, 예술단에 투입되는 수백억대 예산이 보다 많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기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지역의 가장 양질의 일자리인 시립예술단은 상임단원제로 자리가 한정돼 있고, 결국 해외 유학파 음대생들도 지역에 돌아오면 갈 곳이 없어 서울 등지로 빠지거나 지역에서 겨우 푼돈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실정"이라며 "상임단원제를 폐지하고 '문화예비군' 제도를 도입한다면 보다 많은 지역의 예술인들에게도 기회를 골고루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부실 운영되고 있는 시립예술단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재단법인화를 추진하자"면서 "음악창의 도시에 걸맞게 시립예술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립예술단 예산 규모(2020년 기준)

기관명/ 총 예산/ 시립예술단 운영비/ 시립예술단 인건비
대구문화예술회관/ 216억(100%)/ 95억(44%)/ 81억(38%)
대구콘서트하우스/ 210억(100%)/ 102억(49%)/ 95억(45%)
합계/ 426억(100%)/ 197억(46%)/ 176억(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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