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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 지킴이'의 안전은 무방비?

안전교육 미비, 노인사고 위험… 복장 규정도 미비, 슬리퍼 착용 근무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 주요 네거리·사고다발지역 배치돼 교통 지도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 모습.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 매일신문DB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 모습.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 매일신문DB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사업인 '교통안전 지킴이'로 활동 중인 노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교육이 미비하고 안전지도도 미숙한데다 깃대, 모자, 조끼 외에 별도의 안전장치나 복장에 대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슬리퍼를 신고 일하기도 한다는 것.

특히 올해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안전교육‧활동교육도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연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1년에 2~3번 강의실에 모아놓고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보여주면서 기본적인 교통안전 관련 내용을 교육하는 식이다.

지난해까지 이 사업에 참가한 A(83) 씨는 "1년에 2~3번 강의실에 모아놓고 화면을 보며 보행 신호와 안전동작을 가르쳐주는데 다들 아는 내용이라 딱히 교육이랄 게 없다"고 말했다.

복장 규정도 허술하다. 교통안전 지킴이로 활동 중인 한 참가자는 "슬리퍼를 신고 일하는 할아버지도 봤다"며 "혹여나 자식들이나 지인들 눈에 띄면 부끄러울까봐 일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하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중구는 올해부터 교통안전 지킴이 사업을 중단했다. 어르신들이 미숙한 안전지도 동작으로 도로에 나와 있는 걸 보면 불안할 때가 많다는 민원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내 교통안전 지킴이는 사업을 중단한 중구와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북구를 제외한 6개 구군의 892명에 달한다.

노인들의 상황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노인들은 인지능력이 낮아 교육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고,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나 순발력도 떨어진다"며 "노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교육받은 내용이 현장에까지 이어지는지 모니터링하는 사후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통안전 지킴이 사업: 사고다발지역을 비롯한 주요 네거리에서 노인들이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일자리 사업. 2018년부터 각 구군 시니어클럽이 도로교통공단과 연계해 시행 중.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면 참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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