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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간 전통 금속공예 외길…국가무형문화재 제35호 김용운 조각장

9일 김용운 조각장이 정병에 금 줄 무늬를 만들고 있다. tong@imaeil.com
9일 김용운 조각장이 정병에 금 줄 무늬를 만들고 있다. tong@imaeil.com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48년 동안 전통 금속공예를 해왔습니다."

9일 대구 수성구 들안길 천미사에서 만난 국가무형문화재 제35호 조각장(彫刻匠) 보유자 김용운(71) 장인은 "한국 전통 기법인 쪼이(끌로 쪼거나 찍어서 무늬를 내는 금속 세공 기술)와 상감입사(금속 기물의 표면에 칼로 선이나 면을 파낸 후 그 속에 같은 모양으로 금, 은, 보석을 끼워 장식하는 기술), 타출(철판 밑에 모형을 대고 두드려 그 모형과 같은 모양이 겉으로 나오도록 하는 기술) 기법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연구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72년 귀금속 만드는 보석상을 차리면서 세공 일을 시작했다. 이후 24살에 스승인 송재환(1994년 작고)을 만나 상감입사를 전수받았다. 그의 스승은 왕실 공예를 했던 인물이다. 김 조각장은 1976년 기능올림픽을 연습하던 중 의뢰받은 신라 시대 금귀걸이 수리 사건으로 이 일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당시 28살이던 그는 "귀고리를 수리하던 중 녹여버렸고 아주 큰 돈을 배상하는 일이 있었다"며 "녹아 버린 금을 그냥 두기 아까워 신라 시대 금귀걸이를 다시 만들기 위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염, 머리도 자르지 않고 옷도 신경 쓰지 않아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고, 3년 만에 귀고리를 완성한 뒤 마당에 나가 함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땀 한 땀 기물에 수를 놓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이보다 설레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 조각장이 만드는 작품은 정병(淨甁)부터 항아리, 화병, 주전자, 향로, 다과함 등 다양하다. 그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유물은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유물을 구해 현미경으로 기법을 관찰하는 등 수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다 보니 다양한 물품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9일만난 김용운 조각장이 직접 제작한 향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향로 위 봉황 장식은 여성을 사징하며 무늬는 백금으로 새겨 고급화를 꾀한 작품이다. tong@imaeil.com
9일만난 김용운 조각장이 직접 제작한 향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향로 위 봉황 장식은 여성을 사징하며 무늬는 백금으로 새겨 고급화를 꾀한 작품이다. tong@imaeil.com

그는 무형문화재 뿐만아니라 그는 1997년 대구무형문화재 제13호로 등록된 인물이다. 1981년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 대통령상, 대구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4회의 금상 등 수십 차례 수상했다. 1981년 기능올림픽, 대구산업디자인 전람회, 대구관광공예품 경진대회 등에서 심사장, 심사위원을 지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작품 활동을 개을리하지 않고 있다. 김 조각장은 오는 13일부터 2주간 아양철도길에서 최근 제작한 작품 등으로 개인전을 연다. 또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대구시무형문화재제전를 통해서도 그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 조각장은 "연간 1~3점의 작품은 만들어 내고 있다"며 "새롭게 발견되는 유물을 발견하면 꼭 재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과거의 손기술을 따라 하지 못하는 작품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김 조각장은 금속 공예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겨 과거에 있었던 방식을 모두 알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라며 "과거보다 뛰어난 새로운 현대기법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감입사기법이나 유물의 기법 등을 자세히 기록한 책도 발간하고 싶다"며 "전통 조각기법을 제대로 전수해 오랫동안 기법이 남아 저 멀리 서양까지 퍼질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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