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으며 시작)
남영 : 한 달 동안 '아니면 말고' 안 하는 동안 잘 지내셨나요?
화섭 : 뭐, 소소하게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잘 보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 달을 쉬게 됐는데 초반에는 '뭐 하면서 보내나'하는 생각도 하면서 막막했는데 다 끝나갈 때쯤 되니 '아, 더 알차게 놀 걸'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어쨌거나 마음 놓고 한 달을 쉬어서 좋았습니다.
남영 : 한 달 잘 쉬셨으니 이제는 일을 하셔야죠.
화섭: 그렇죠. 일을 해야지 ㅎ
남영: 그래서 오늘 들고 온 이야기는 뭔가요?
화섭 : 이번 추석 연휴 때 한 대중예술인 때문에 난리가 났었죠. 바로 '나훈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겁니다.
남영 : 나훈아 공연이 추석 연휴가 끝나도 계속 여운이 남아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화섭 : 그쵸. 특히 정치권에서 나훈아가 공연에서 했던 말들을 가지고 정치적 해석들을 많이 했죠. 예를 들어서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아니면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면 좋겠다" 등 이런 발언을 했는데 시청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어요, 나훈아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 국민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전 해봅니다. 그걸 야당에서는 "현실과 정권에 대한 비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전 봐요. 하지만 너무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해버리면 이게 결국 나훈아의 말을 오히려 퇴색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남영 : 그런데 정작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요.
화섭 : 그렇죠. 정치적 발언이 많다 보니까 그런 건데 나훈아의 발언이 주목받다 보니 정작 공연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어요. 그러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첫 등장이 배를 타고 등장하잖아요. 그다음에 기차도 지나가고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오~스케일은 안 죽었네'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2000년대 초중반에, 그 유명한 '5분만 보여주면 믿겠습니까' 하는 기자회견 이전에 했던 '아리수' 공연처럼 잠실 주경기장 같은 야외공연장에서만 했거든요. 이런 데서 했으면 스케일이 진짜 커 보였을 거에요. 그런데 실내로 옮기니까 뭔가 나훈아에게 팔 하나 묶고 싸우게 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날아다니던 사람이 차분하게 공연하는 느낌이었어요. 그걸 그나마 보완을 시켜 준 게 CG였는데 정말 KBS가 CG팀을 갈아 넣었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CG가 많았습니다. 특히 공연 중간에 용이 날아다니는 장면이 나왔는데 무대 장치인가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CG였고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는 CG가 있었잖아요. 사실 유치하긴 한데, 보니깐 속은 시원하더라고요.
남영 : 이번 무대에는 신곡도 많이 나왔는데 특히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노래가 '테스 형'이더라고요.
화섭 : 맞죠. 저도 맨 처음에는 '제목이 뭐 저러냐', '테스 형이 뭐지?' 싶었는데 듣다 보니까 테스 형이 소크라테스 형이드만요. 왜 이렇게 세상살이가 힘든지를 소크라테스 형에게 물어보는 내용이잖아요. 사실 거기에 소크라테스의 깊은 철학이 담겼다거나 하는 거까진 잘 모르겠어요. 근데 대신에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를 소크라테스도 답을 못 주더라라 하는 건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저 같은 경우에는 나훈아가 '테스 형'에서 '청춘을 돌려다오'로 넘어가는 중간에 했던 멘트,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에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는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또 '테스 형'이 나오니까 패러디도 많이 나왔어요.
남영 : 어떤 패러디가 있었나요?
화섭 : SNS를 보니까 또 다른 '테스형'인 '히포크라테스' 형한테 코로나 백신 언제 나오냐고 묻는 글도 봤고요, 그리고 철학자 계통으로 가니까 칼 마르크스 형이 등장해요. '맑스형'이라고 하면서 저세상엔 노동해방 돼 있더냐고 묻는 글도 봤습니다. 그리고 '테스형'이라고 하니까 소설가 토머스 하디의 '테스'가 유명하잖아요. 이걸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나 봐요. 그래서 '토머스 하디 1패'라고 하는 사람도 봤어요. 제일 재미있었던 건 펭수가 나훈아로 분장해서, 펭훈아로 분장해서 '테스형'을 부르는 동영상, 이게 진짜 재밌습니다. 꼭 보시길 바랍니다.
남영 : 이번 나훈아의 공연이 사람들에게 남긴 게 뭘까요?
화섭 : 두 가지인 것 같아요. '가왕 나훈아는 죽지 않았다'하는 것 하나, 그리고 '가왕 나훈아는 우리 서민들 편이다'라는 이 두 가지를 남긴 것 같습니다.. 70대 할아버지가 두 시간 반 동안 거의 3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인데 쉴 새 없이 해내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고요, 그리고 시청자들, 팬들 편에 서서 시원하게 한마디 해주는 가수가 아직 있구나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나훈아를 '슈퍼스타'로 인정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정말 대단한 가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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