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다양한 부캐(부캐릭터)에 도전하고 그 영역을 확장하던 데서, 이제는 함께 프로젝트를 한 다른 이들까지 부캐를 넓혀 나가는 캐릭터 유니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이 흐름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싹쓰리 프로젝트부터 달라진 흐름
애초 MBC '놀면 뭐하니?'는 릴레이 카메라로 시작됐다. 유재석에게 김태호 PD가 카메라 한 대를 내주고 일주일 간 여러 인물을 거쳐 간 카메라의 영상을 편집해 내는 방식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릴레이 카메라는 하나의 뚜렷한 목표지점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속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유재석이 드럼 연주에 도전하는 이른바 '유플래쉬' 프로젝트를 하면서 '드럼 독주회'라는 목표지점이 세워졌고 이로써 '놀면 뭐하니?'의 콘셉트는 신인 트로트 가수 도전이라는 '유산슬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이른바 '부캐의 확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렇게 라면 분식집 도전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프 협연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부캐를 확장하던 '놀면 뭐하니?'는 이효리와 비가 참여하는 '싹쓰리' 프로젝트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콘셉트의 진화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이른바 '캐릭터 유니버스'의 확장이다.
싹쓰리 프로젝트가 기존 유재석의 부캐 도전과 달랐던 건, 이효리가 린다G라는 부캐로 또 비가 비룡이라는 부캐로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재석만 확장하던 부캐가 이렇게 이효리나 비에게도 적용되게 된 건, '놀면 뭐하니?'의 부캐 놀이가 이미 예능가에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신영의 둘째이모 '김다비'나 박나래의 '조지나', 신봉선의 '캡사이신' 같은 부캐들이 탄생해 저마다의 세계관을 갖고 활동하게 됐다.
그래서 린다G는 이른바 제주도 소길댁으로 불리며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게 반려견들과 조용히 살아가던 이효리 안에 숨겨져 있던 화려해지고픈 욕망을 끄집어냈다. '깡' 신드롬으로 스타덤에 오른 비는 '비룡'이라는 막내 캐릭터로 유두래곤(유재석)과 린다G 사이에서 앙탈을 부리기도 하는 캐릭터가 됐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들 싹쓰리의 목표라 할 수 있는 90년대 풍의 혼성댄스그룹으로서 여름 시장에 맞춘 음원을 내놓고 성공시켰다는 사실이다.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와 '그 여름을 틀어줘' 그리고 듀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여름 안에서'는 말 그대로 여름 차트 시장을 강타했다.
싹쓰리 프로젝트는 이로써 애초 목표였던 혼성댄스그룹의 탄생과 성공을 거두면서 동시에 유재석에서 이효리, 비로 이어지는 본격화된 캐릭터 유니버스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제 프로젝트별로 참여하는 인물들은 그래서 이 캐릭터 유니버스에 하나 둘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 본격적인 확장판은 싹쓰리 프로젝트 이후 이어진 '환불원정대'에서 구현되었다.

◆싹쓰리와는 또 다른 환불원정대의 풍경들
'무한도전' 시절에도 그러했지만 '놀면 뭐하니?'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는 모두 방송 도중에 튀어나온 말들에서 비롯되었다. 유산슬 캐릭터로 활동할 때 여경래 셰프가 유산슬 요리를 가르쳐주려 했지만 생각만큼 잘 안되자 유재석이 툭 던진 "라면을 잘 끓여요"라는 말에서 비롯되어 '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고, 유희열이 농담처럼 다음에는 하프에 도전해보라는 말이 씨가 되어 '유르페우스'라는 하프 치는 부캐가 탄생했다.
'환불원정대'도 마찬가지였다. 싹쓰리 프로젝트 때 이효리가 툭 던진 "센 언니들로 구성된 걸 그룹"으로 엄정화, 제시, 화사를 거론한 게 실제 현실이 되었다. 모습만 봐도 환불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센 이미지를 가졌다는 의미로 탄생한 '환불원정대'는 그러나 싹쓰리 때와는 달리 음원 발표를 향해 직진하지는 않았다. 대신 '지미 유'라는 제작자 부캐로 등장한 유재석에 의해 '신박기획'이라는 기획사를 탄생시키고, 이 만만찮은 걸그룹을 옆에서 도와주고 관리해줄 매니저를 뽑는 과정을 넣었다.
다양한 인물들이 매니저로 거론되고 면접을 봤지만 결국 뽑히게 된 건 김종민과 정재형이 다. 이들은 매니저로서 각각 김지섭과 정봉원이라는 부캐를 얻어 '놀면 뭐하니?'의 캐릭터 유니버스에 들어오게 됐다. 이들 캐릭터가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 건 이들과 지미유가 구성된 '신박기획'의 조합이 의외로 또 하나의 그룹으로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트로트 그룹이 어떠냐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환불원정대의 데뷔곡인 '돈 터치 미'(Don't touch me)를 작곡한 블랙 아이드 필승 라도 역시 주지훈을 닮았다며 '툭지훈'(주지훈이 툭 치고 간 것 같이 닮았다는 의미)으로 캐릭터화하는 모습은 이제 '놀면 뭐하니?'가 세우려는 캐릭터 유니버스의 야심(?)을 드러낸다. 등장하는 족족 캐릭터화해 그 세계에 끌어들이고 언제든 특정한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놓은 것.

◆환불원정대의 잇따른 성공이 말해주는 것
환불원정대 역시 싹쓰리 프로젝트처럼 등장하자마자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10일 발표한 '돈 터치 미'가 멜론, 네이버 바이브, 벅스, 지니, 플로, 소리바다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 연달아 내는 음원이 차트를 올킬하는 큰 성과를 보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내놓은 음악 그룹 프로젝트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도대체 이건 어째서 가능한 걸까.
사실 음원이 방송에 영향을 받아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너무 많은 음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웬만한 팬덤을 소유한 가수가 아니라면 주목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대중들의 귀에 닿는 건, 방송을 통해 소개된 OST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온 곡 같은 것들이다. 물론 음악은 음악 자체로 주목받을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방송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를 보면 도저히 실패할 수 없을 것 같은 성공 방정식이 보인다. 구성 멤버들 개개인의 매력이 어필된 캐릭터들이 매주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그들이 보여주는 소통의 과정이나 거기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은 이들이 발표하는 음원의 가사나 색깔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이번 '돈 터치 미'의 경우, 맏언니 만옥(엄정화)의 갑상샘암 투병 후유증을 이겨내고 노래를 부르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매니저들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 이효리, 제시, 화사의 당당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들이 그 곡과 녹음과정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누가 뭐래도 자신들은 갈 길을 가겠다는 이들의 선언이 음원을 통해 구현되었다고나 할까.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들의 스토리에 딱 맞는 좋은 곡이 있으니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곡은 싹쓰리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수익 전액을 기부한다고 한다. 좋은 내용이 담긴 좋은 곡이 좋은 소비로까지 이어지고 대중들의 참여는 당연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놀면 뭐하니?'는 활짝 열려진 캐릭터 유니버스를 통한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 안에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낸 바 있어, 누구나 기꺼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할 거라는 점은 향후 이 프로그램이 그려나갈 세계관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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