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가장 가까운 곳에 묻는 안부

노정석 작가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수신지 작가 ‘3그램’

먼 곳으로부터 전해진 바람은 바람을 전해온 곳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먼 곳의 안부가 궁금해지게도 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볼 여유를 갖게도 해줍니다. 독서가 먼 곳으로부터 전해진 바람을 맞이하는 일이라면 글쓰기는 나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의 안부를 묻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글은 지금 여기 나의 안부를 묻고, 그 안부를 미래, 거기 먼 곳으로도 전하는 멋진 일입니다.

◆예비 교육학도 고3이 이야기하는 '배운다는 건'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2학년은 여름의 끝을 넘어서면서 학교에서는 이미 고3이라 칭해집니다. 입시로 귀결되는 일에 대부분의 열정을 쏟아내며, 입시 효율에 도움을 주지 않는 모든 일은 대입 이후로 미루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도 그리 이상할 것 없는 시기로 여겨집니다.

정확히 그러한 시기, 1년 넘게 학교 독서실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자신의 생각을 가득 담은 글을 꾸준히 써내려간 대구의 소년이 있었습니다.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라는 제목의 책을, 지난 해 가을 고3 신분으로 출판한 노정석 작가입니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 책은 고등학생 작가가 삼파장 형광등 아래에서 생각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 시, 일기의 세 개의 파장으로 나누어 우리에게 전합니다.

고등학생 노정석은 루소의 '에밀'을 읽고 건강한 교육, 배움의 조건, 사람을 만드는 교육에 대한 생각을 펼칩니다.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Freedom Writers)' 속 열정적인 교사를 동경하며, '죽은 시인의 사회' 속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 학생의 뒤틀린 삶 속에서 자신과 친구들의 삶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 역시 각자의 시를 쓰고, 문학을 창작하고, 사색하고, 철학하고 비판하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여러 가치를 소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작가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입시 위주의 변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교육 현장 한 가운데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고등학생만이 바라볼 수 있는 각도에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분명 냉소적이지 않습니다. 그저 그 시기를 지나온 일상의 기록을 담백하게 담아냅니다. 그러나 미래의 교육학도로 꿈을 탄탄하게 다져가며, 지금의 여기 자신의 안부를 미래의 나에게 전합니다.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라면, 노정석 작가가 전하는 교육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들 각자가 관통하고 있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또 다시 풀어놓으면 어떨까 합니다. 교육에 몸 담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안부로 인해 우리 교육이 한 발 쯤은 더 바람직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웹툰 작가가 이야기하는 '아프다는 건'

'3그램'이라는 책 제목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몸 속에 있는 곳의 무게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성의 몸 속에 있는 곳이라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그곳은 바로 난소입니다. 난소 한 쪽의 무게가 평균적으로 3그램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난소암을 앓고 3그램의 난소와 이별한 수신지 작가가 스스로의 투병 과정을 만화로 펴낸 것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입니다.

수 작가는 스물일곱 살의 가을, 옷이 모두 작아지는 복부 비만을 경험하며 석연치 않은 마음에 동네 가정의학과 등 병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변비가 의심된다는 웃지 못할 의사 소견만을 듣습니다. 하지만 무기력함과 피곤함, 식욕 부진과 소화 불량 등 증상을 무시할 수 없어 남자친구와 함께 큰 병원에 들러 초음파 검사와 CT 촬영을 거친 결과 난소에 매우 큰 암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즉각 입원을 하고 수술과 3기 판정, 항암치료를 받고 회복해가며 삶의 변화를 겪는 과정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만화로 고스란히 담습니다.

명랑한 그림체의 만화로 묘사된 작가 스스로의 투병기는 문득문득 가슴 절절하게 시린 느낌을 전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저 절망만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사실 작가가 투병 기간 동안 입원했던 대학병원 한 편에 자신의 투병 이야기를 만화로 고스란히 담아 전시했던 것을 모아 출판한 것입니다. 자신과 같이 힘겨운 투병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아픈 자신을 끊임없이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한 힘이 담긴 이 만화책은 이듬해 봄날 항암치료를 마친 작가가 가발을 쓰고 환한 봄꽃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지금의 여기, 미래의 거기에 있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은 자신의 삶을 풀어내는 데서 시작됩니다. 소소한 이야기일지라도 좋습니다. 그러나 꾸준해야만 하겠습니다. 자신을 담은 이야기가 하나를 넘어 이야기와 이야기가 연결되면 그것은 곧 희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강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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